[기고-노장우] 아동학대 조사 책임자가 필요하다

국민일보

[기고-노장우] 아동학대 조사 책임자가 필요하다

입력 2019-12-17 04:05 수정 2019-12-18 16:56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아동학대 관련 업무 중 조사권을 민간에서 공공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확정했다. 2020년부터 민간기관들이 시·도 및 시·군·구에서 위탁받아 진행하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시·군·구 공무원들이 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 67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연 3만건 넘는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조사하고 판단하는데, 내년부터 공공으로 이관되는 조사 업무에 대해 현장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

시·군·구별로 1~2명씩 배치될 조사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전문성 확보 전까지 조사 진행 과정에서 법과 지침을 준수했는지, 조사 내용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조사를 지시할 수 있는 슈퍼바이저급 인력이 시·군·구에 배치돼야 한다. 그러나 슈퍼바이저급 인력이 현재로서는 전무하고, 슈퍼바이저를 포함한 조사 공무원이 수년간 아동보호 업무를 지속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잘못된 판단으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에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까지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이 슈퍼바이저다. 또 아동은 물론 조사 인력의 신변까지도 보호하는 것이 슈퍼바이저의 역할이다. 시·군·구가 이런 준비가 돼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조치로 ‘광역형 조사센터’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2018년 공공형 아동학대예방센터 설치를 위한 연구를 했으며, 기존 서울시아동복지센터를 포함해 총 4개 권역(서북, 서남, 동북, 동남권)에 공공센터를 설치하고 조사 인력과 사례 관리 인력을 포함한 100여명(교대 인력 포함)의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연구를 마쳤다.

서울시는 ‘공공 조사·민간 사례관리’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했다. 25개 자치구와 각각 협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광역형 조사센터’ 운영을 제안한다.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한다면 아동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하며, 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위기에 처한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제 선택과 결정은 시·도의 몫이다.

노장우 서울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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