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한국당, 이대로는 가망 없다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한국당, 이대로는 가망 없다

입력 2019-12-23 04:01

문재인정부의 실정에도 새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 예상되는 건 차려준 밥상 걷어찬 자유한국당 때문
많은 유권자들은 이미 한국당에 사망선고 내려
황 대표부터 사심 버리고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야


임기 후반으로 접어든 문재인정부의 국정 성과로 뭘 꼽을 수 있을까.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실생활과 직결된 경제에는 먹구름이 잔뜩 꼈다. 부동산정책은 신뢰를 잃었고, 교육정책은 갈팡질팡의 연속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던 남북 관계마저 악화되면서 한반도 평화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회전문·코드 인사와 ‘내로남불’ 지적에도 지지자 중심의 국정운영 방식으로 사회 갈등과 분열은 극심해졌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던 정의와 공정의 가치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와중에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졌다. 청와대의 대응은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 정확한 민심을 청와대에 전달해야 할 여당은 청와대를 무조건 옹호하는 데 여념이 없다.

국정운영 성적표가 나쁘면 선거를 통해 심판 받는 게 대의민주주의다. 그런데 차기 총선이 넉 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키즈’도 대거 총선을 준비 중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의 높은 지지율은 거의 제자리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현상이다. 결속력이 탄탄한 여권 지지층의 존재가 주 요인일 것이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신 차리지 못하고 허둥대는 점이 더 큰 요인 아닐까 싶다.

문재인정부의 실정과 스캔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한국당은 한 번도 정국 주도권을 쥔 적이 없다. 오히려 비호감 세력으로 전락한 상태다. 이유는 많다. ‘박근혜 탄핵’ 이후 2년7개월,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환골탈태, 육참골단은 말뿐이었다. 게다가 조국 낙마 TF 표창장 수여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 가산점 부여 해프닝, 국회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내분 등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반복됐다. 여권이 차려준 밥상을 제 발로 걷어찬 모양새다. ‘정치 혐오 유발 정당’ ‘갈라파고스 정당’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황 대표의 책임이 크다. 지난 2월 취임한 그의 임무는 당내 혁신과 보수통합이었다. 그러나 혁신은 ‘친황체제’ 구축으로 변질됐다. 황 대표 용퇴와 한국당 해체 후 재창당을 요구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김세연 의원 솎아내기는 단적인 사례다. 친박 정당으로의 회귀 조짐도 여전하다. ‘빅텐트론’으로 통합을 도모하곤 있지만 가치와 대의가 빈약한 총선용 통합으로 비치고 있다.

요즘엔 느닷없이 투사로 나섰다. 삭발과 단식에 이어 길거리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대정부 투쟁을 독려함으로써 리더십 위기 극복과 개인 이미지 변신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잃은 게 훨씬 많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에 실망해 방황하는 중도층의 마음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지지도가 계속 추락하고, 황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들이 그 증거다. 여러 곳에서 누차 언급했지만 사즉생의 각오로 당의 노선과 체질 변화 그리고 과감한 인적 쇄신이 먼저다. 민생과 관련된 주요 정책에 대해선 국회에서 치열하게 논쟁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관철시키려는 자세가 옳다.

한국당 의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한국당과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이야 어찌 되든 금배지만 달면 그만이라는 의원이 대부분이다. 자기희생은 없다. 남 탓만 난무한다. 초선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선 40여명이 당내 3선 이상 중진 용퇴와 지도부 및 잠룡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했는데, 정작 책임지겠다는 초선은 한 명도 없다. 벌써 웰빙정당에 익숙해졌다는 의미다. 소신을 갖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 금태섭 의원, 정치의 꼴이 한심하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의원 등 민주당 초선의 모습과 대비된다.

한국당에 ‘나부터 책임지겠다’는 의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양질의 정치인으로 분류되던 3선의 김세연, 김영우 의원이 있다. 그러나 당내에 메아리가 거의 없다. 지도부에서 초선 의원들까지 ‘그래, 너는 출마하지 마. 나는 출마해야겠어’라는 반응들이다. 위기의식은 없고, 천박한 이기심만 팽배해 있다.

김세연 김영우 의원의 말대로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한국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고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총선 결과는 보나마나다. 유권자들 힘으로 해체될 수도 있다.

한데, 한국당에 ‘감동 있는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아직도 국민들로부터 불신 받는 이유를 애써 외면하면서 ‘그래도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한국당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을 거야’라는 착각에 빠져 있지 않은가.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이미 심정적으로 한국당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 2020년 새해 총선 때 성난 민심이 가시화될 것이다. 한국당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편집인 jhkim@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