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경제 호황’ 기대감, 민주당은 ‘트럼프 때리기’

국민일보

트럼프는 ‘경제 호황’ 기대감, 민주당은 ‘트럼프 때리기’

[신년특집] 미국 대선의 해, 11월 3일 승자는?

입력 2020-01-01 04:05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자를 지금 예상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번 대선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공화당 후보로 나서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을 탈환하려는 민주당이 물불 안 가리는 싸움을 펼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혼란이 미국 내에 국한된다면 안타깝긴 해도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혼란은 미국 내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지지 집단인 블루칼라 노동자들과 농민들의 표심을 붙잡기 위해 무차별적인 관세전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행과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하는 것도 결국은 대선을 의식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다른 국가들을 옥죌 것이 틀림없다.

올해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변덕스러운 것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호황에 기대고 있고, 민주당은 ‘반(反)트럼프 바람’에 의지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나 민심은 상황에 쉽게 변할 수 있는 불확실한 조건들이다.

트럼프의 고민… 경제 호황 계속될까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경제 호황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실업률은 최근 수십년간 최저 수준이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14∼17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4%였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52%였다. 다른 조사에서도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49∼58%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이들도 경제정책에는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하는 정치 전문가들은 ‘경제 호황이 이어질 경우’라는 단서를 단다. 역으로 경제 호황이 꺾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도 물거품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먹구름의 징조는 조금씩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미국의 2020년 경제성장률을 2019년보다 하락한 2.1%로 예측했다. IMF는 “고용과 소비는 건실하다”면서도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관세전쟁’이 오히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게다가 뉴욕타임스는 대선의 최대 격전지인 위스콘신주·오하이오주·미시간주·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증가세가 다른 주들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대선 승리가 절박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호황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할 기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한 관세전쟁 선전포고가 대표적이다. 그는 12월 초 트위터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에 대한 막대한 평가절하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나는 이들 나라의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복원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정반대”라면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의 통화를 평가절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는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민들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이 미국 콩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대두를 수입하자 이들 나라에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고민… ‘반(反)트럼프’에 올인할까

민주당의 최대 원군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트럼프 반대 기류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감이 많은 고학력자와 여성, 젊은층, 유색인종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1월 공화당의 텃밭인 켄터키·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와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잇달아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결과가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은 분위기는 좋은데, 트럼프 대통령을 제압할 필승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모두 미덥지 않은 구석들을 갖고 있다.

회심의 카드로 꺼낸 탄핵 이슈도 대선 판도를 뒤흔들기에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하원 탄핵조사 과정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으로 둘로 갈라져 있어 탄핵이 미칠 정치적 효과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일단 대선 전략을 ‘트럼프 때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행, 오락가락 행보 등에 대한 거부감을 반트럼프 바람으로 극대화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언론들이 한목소리로 “유권자들이 양극화돼 있는 만큼 결국 중도층 표심을 얻는 쪽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가운데 당내에선 트럼프 때리기가 과도한 정치공세로 비쳐 중도층이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또 바람에만 의지할 경우 의료보험·총기규제 등 사회적 이슈가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대표적 공약이 아직 없는 것도 민주당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바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2월부터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여론이 민주당에 집중되고, 7월쯤 새로운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정권 교체의 목소리가 폭발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은 채 새해를 맞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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