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윤중식] 사랑의교회의 크리스마스 선물

국민일보

[빛과 소금-윤중식] 사랑의교회의 크리스마스 선물

입력 2019-12-28 04:02

“우리 사회는 두 쪽이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오죽하면 ‘초갈등사회’라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오늘 이 자리가 대한민국이 초갈등의 강을 건너 통합의 바다로 가는 돛단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국민미션포럼 소강석 목사 기조 강연 중)

이 소망은 현실이 됐다.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성탄절을 앞두고 7년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국민일보가 지난 19일 ‘초갈등사회 한국교회가 푼다’를 주제로 미션포럼을 개최했을 때만 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대한민국 초갈등사회의 현주소를 짚었다. 기조 강연에 나선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소강석 예장합동 부총회장,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 김봉준 아홉길사랑교회 목사, 사회를 맡은 이철 강릉중앙감리교회 목사 등 200여명의 참석자는 이구동성으로 “내년 4월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치르고 나면 갈등의 골이 얼마나 더 깊어질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면서 “정치적 갈등이 모든 갈등의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소 목사는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다양한 통합 관련 기구와 단체들을 종합적으로 운영해 초갈등사회 해소를 위해 노력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면서 “가칭이지만 대한민국 대통합회의가 국민과 함께, ‘원 코리아 브나로드(ONE-KOREA VNAROD) 운동’을 전개해 주길 제안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정부는 정치 제일주의가 아니라 민생 제일주의를 추구해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행히도 우리 국민은 고비마다 분열의 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바꿔놓은 적이 많았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국민적 해법도 중요하지만 먼저 한국교회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예수님이라면 초갈등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푸실까. 국민미션포럼에 참석한 이들은 이럴 때일수록 교회는 신앙의 본질과 가치를 붙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을 했다. 나아가 한국교회 전체가 화합하고 단합하며 연합해서 기도해야 한다는 자성도 잊지 않았다.

김 목사는 초갈등사회 해법으로 자녀 간의 다툼에는 아버지가 나서듯 대통령이 나서서 말리며 품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지 자기 진영만의 대통령이 아니라고도 했다. 오래된 우물과 정치 권력은 시간이 갈수록 부패한다며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도 쏟아졌다. 회개를 외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는 자성도 이어졌다. 대형교회는 사회적 책임이 큰 만큼 지역주의나 보신주의에 빠지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기를 요청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미션포럼이 열린 나흘 만에 첫 열매가 나왔다. 한국교회 분쟁의 상징으로 추락했던 제자훈련의 대명사 사랑의교회가 옛 명성을 회복한 것이었다. 지난 23일 밤 사랑의교회 예배당 건축 관련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갱신공동체(대표 김두종 은퇴장로)와 교회는 7년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양측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소강석 부총회장의 중재 아래 합의 각서에 서명하고 각종 소송을 취하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지탄이 된 교회를 바로 세우는 데 전력을 다하기로 한 것이었다.

합의서에는 각종 소송 취하, 예배공간 사용 및 신앙생활 보장, 교인 권징 해벌, 공동체 간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요한 건 마음이고 정신이고 진정성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짐, 양보와 세움,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오랜 기간 깊게 파인 감정의 골 때문에 중재의 첫 단추를 끼우기부터 쉽지 않았다는 게 소 목사의 고백이다.

어쨌든 올 성탄절은 초갈등사회를 푼 한국교회 대화합의 날로 기억될 것 같다. 아마, 예수님도 모처럼 빙그레 웃으셨지 않을까. 이참에 초교파적인 교회갈등해소위원회를 만들어 교계에 산적한 현안을 풀어도 좋을 것 같다. 일천만 크리스천이 함께 기도하는 믿음의 공동체인 한국교회부터 바로 서는 일에 다 함께 나서자.

이제 나흘이 지나면 새해가 밝는다. 지난주 국민미션포럼에서 주창한 2020년 국민일보 연중 캠페인 ‘용서, 화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희망 플랫폼 7.0’(가칭)이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다 함께 기도의 돛을 올리자.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사 43:18∼19).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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