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곧 심방, 작은 표현 하나까지 신중해야”

국민일보

“설교는 곧 심방, 작은 표현 하나까지 신중해야”

유교 철학 활용한 목회 펴는 배요한 신일교회 목사

입력 2019-12-31 00:08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배요한 신일교회 목사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교회 담임목사실에서 그간 목회활동과 교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지난 20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일교회 1층. 평일이었는데도 사람들이 붐볐다. ‘물댄동산’이란 이름의 카페에선 신자들과 동네 주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눴다. 배요한(49) 담임목사의 목양실은 카페 맞은편 구석진 방에 있었다. 작은 창이 있는 아담한 방이었다. 장로회신학대 교수를 지낸 배 목사는 “온종일 여기서 지냅니다. 교회 오시면 항상 목사를 만날 수 있지요. 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며 웃었다.

배 목사가 부임한 건 2014년 7월이었다. 당시 교회는 극심한 혼란 속에 있었다. 원로목사 퇴임 후 새로 온 담임목사가 갑작스레 그만두면서 담임목사 없는 기간이 1년 넘게 지속됐다. 부담이 컸지만, 배 목사는 외부활동은 일절 하지 않은 채 성도들을 위한 목회에 집중했다. 목양실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카페를 만든 것도,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섬김 활동을 늘린 것도 배 목사가 온 뒤였다. 지난해부터는 여름마다 교회 주차장에 수영장을 만들어 이웃에 개방했다.

하지만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성경 말씀과 기독교의 교리를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었다. 배 목사는 성경공부와 성경읽기 교재를 직접 만들었다. 성경공부 교재 ‘말씀 속으로’는 신자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기독교 전반을 다뤘다. 기초적인 신앙 내용을 비롯해 조직신학, 성경신학과 교회역사, 기독교사상 등을 망라했다.

‘말씀과 함께’라 불리는 성경읽기 교재는 3년이면 성경을 일독하도록 구성했다. 이 교재는 새벽기도 주일설교 구역예배에서도 활용된다. 배 목사는 “아이들도 함께 읽는데 이들이 성경 10독을 하면 장년 세대가 된다. 이 책이 믿음의 가보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목사는 이렇게 5년여 동안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성도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그들 곁에서 함께해왔다. 특히 설교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배 목사는 “설교에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다만 성령의 역사는 설교 준비에 비례한다고 본다”며 “설교문은 말할 것도 없고 축도까지 모두 원고를 쓴다”고 했다. 배 목사는 정해진 본문에 따라 매주 월요일 설교의 얼개를 만들고 수요일까지 원고 초고를, 목요일까지 수정을 마친다. 축도문까지 쓰는 것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아기 예수님을 만났던 여선지자 안나에 대해 설교를 했을 때 ‘홀로 사신 지 오래되신 분’이라는 말과 ‘생과부로 살아왔다’는 표현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성도들이 상처받지 않는 단어를 선택합니다. 축도까지 포함하면 A4 용지 9~10장 분량이 됩니다.”

배 목사는 설교는 곧 심방이라고 했다. 성도들을 심방한다고 생각하면 설교 준비를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일주일 내내 목양실 자리를 지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목사는 교인을 위해 존재한다. 군림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토요일에도 교회에 와있다. 토요일에 목사를 찾는 교인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별로 하는 게 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성도를 섬기고 함께해왔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었다. 그는 자신의 목회를 ‘국밥 목회’라 표현했다. 인사 잘하고 성도들과 밥을 함께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그는 주일예배 때 두 번 인사한다. 예배 시작 30분 전부터 예배실 문 앞에서 성도들과 인사한다. 손을 잡거나 안기도 하며 아픈 분들에겐 기도까지 해준다. 예배를 마치고도 이렇게 인사한다. 점심도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교회에서 성도들과 함께 식사한다.

배 목사는 독특하게 유교 철학을 공부했다. 한국인의 종교적 특성을 알고 이를 통해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그는 성균관대에서 한국유학의 대가인 이기동 박사 밑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미국 보스턴대에서는 ‘한국 종교 전통에 있어서 신-인 관계’를 주제로 신학박사(ThD) 학위를 받았다. ‘신학자가 풀어쓴 유교 이야기’(IVP)도 펴냈다.

그는 “유교는 한 마디로 성인지학(聖人之學)이다. 성인이 되고자 하는 사상 체계”라며 “성인이라는 도덕적으로 고귀한 인간이 되기 위해 수양을 하는 것으로, 퇴계와 율곡은 수양을 가장 잘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유교 사상은 기독교인이 어떻게 하면 예수님처럼 살 수 있을까를 탐구하는 성화론에 통찰을 준다”며 “그러나 유교는 인간의 노력과 수양으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기독교는 인간이 노력해도 죄를 극복할 수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원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차이다. 공자나 부처는 선각자이지 구원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유학 공부에서 얻은 통찰을 목회에도 적용한다. 은퇴·시무장로들과 매년 두 차례 모임을 갖고 협조를 구한다. 신년 초엔 목회계획을 설명하면서 조언도 얻는다. 장로교회의 기본 모임인 당회 역시 담임목사의 독단적 결정을 피하고 장로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기독교인이 제사나 차례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유는 유교가 밝히는 제례의 정의 때문이라고 했다. ‘유교대사전’에 따르면 제례란 조상을 추모하는 의식, 또는 신령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는 행사를 말한다. 무속 개념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차례상에 절하는 것보다는 집안 대소사에 열심히 참석하면서 기도하며 헌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고린도전서 8장이 말하는 ‘덕을 세우는 성도’가 되자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 교회 카페에 있던 성도들이 배 목사에게 인사했다. 배 목사도 허리를 숙였다. 국밥 목회의 흐뭇한 장면이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