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공명지조’가 새삼 떠오르는 2020년 새해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공명지조’가 새삼 떠오르는 2020년 새해

김진홍 편집인

입력 2020-01-06 04:01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더욱 첨예해지고 여야는 총선에서 1당 자리 차지하려 이전투구 벌일 전망
나만 살겠다고 싸우다가는 공멸한다는 공명지조의 뜻 가슴에 새기길


행복 희망 기쁨 도약 평화 화합 등 긍정적인 단어들이 회자되는 2020년 새해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잃어버린 이들, 아직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에게 만사형통을 소망한다는 덕담을 보태고 싶다.

하지만 올해 우리 모두가 접해야 할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솔직히 표현하면, 평온한 나날을 기대하기는 틀린 듯하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갈등과 반목 대립 알력이 올해는 더 격렬해질 것 같다는 얘기다.

우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은 첨예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고, 추 장관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머지않아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들에 대한 손보기 인사도 예상된다. 윤 총장의 거취도 휘청거릴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강행 처리로 이르면 7월쯤 검찰을 견제할 공수처가 출범한다. 반면 검찰은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데 이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유재수 비위 무마 사건을 캐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실세(實勢) 등 ‘살아 있는 권력’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의 칼끝이 대통령으로 향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선 심각한 파열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이 싸움은 양쪽 모두 깊은 상처를 입는 것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다.

오는 4·15 총선도 걱정이다. 지난 연말 국회를 난장으로 만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4월 총선에서 1당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죽기살기식으로 덤벼들 태세다. 말 그대로 이전투구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당의 경우, 1당 자리를 내주게 되면 문재인정부가 곧바로 레임덕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공조한 4개 군소정당과 합쳐 21대 국회 의석의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1당 자리를 빼앗기면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국회의장 자리를 내줘야 하고, 그렇게 되면 원하는 법안 처리가 요원해지는 등 국정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 등 장기집권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여당이 재정적자 확대라는 부담에도 ‘돈 풀기’를 계속하고, 신진 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검찰 개혁 카드로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등 ‘1당 사수’를 위해 동원 가능한 방안들을 최대한 가동 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당 역시 위기감이 강하다. 이미 2016년 총선,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패했다. 이번 총선에서 지면 4연패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이해하기 힘들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선거법이 영향을 미쳤지만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건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하겠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총선 전 보수 대통합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 과정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새로운 갈등을 생산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 들 것이란 점이다. 유리한 갈등은 증폭시키고, 불리한 갈등은 축소시키는 싸움이다. 정당이 갈등을 선거에 이용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등이 격화되면 적대적인 두 진영의 내부 단합은 오히려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 ‘갈등은 민주주의 발전의 엔진’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올 총선에서 여야가 조장할 갈등은 상대를 반대자가 아니라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적(敵)이라는 증오심을 사회 저변에 확산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상대 타도와 선거 승리만을 향해 질주하는 그들에게 공동체 전체의 안위나 이익이 안중에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철없는 일부 지지자는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출 것이다.

총선이 끝나더라도 조용할 것 같지 않다.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기 싸움을 시작으로 또 다른 정쟁들이 연이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그래서 ‘조국 사태’를 계기로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확인된 ‘두 동강 난 대한민국’이 총선 이후 고착화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통합과 상생은 아예 불가능해지고, 분열과 대립이 일상화되는 이른바 ‘내전의 시대’가 오는 건 아닌지.

교수신문이 2019년 사자성어로 선정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새삼 떠오른다. 두 개의 머리가 한 몸을 갖고 있어 목숨을 공유하는 새. 어느 한쪽 머리가 사라지면 결국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 새처럼, 한국 사회가 양쪽으로 나뉘어 상대를 괴멸시켜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싸우다간 공멸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가 함축돼 있다. 우리 사회 내에 공명지조의 비극을 바라는 이들이 있을까.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새해를 맞은 마음이 왠지 편하지 않다.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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