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 실기보다 이론 먼저해야 제대로 대처 가능”

국민일보

“응급처치, 실기보다 이론 먼저해야 제대로 대처 가능”

노신규 한국응급처치교육원 이사장

입력 2020-01-13 04:05

“응급처치 교육은 실기보다 철저한 이론 학습이 먼저입니다. 잘 모르고 했다가 생사람 잡을 수도 있어요.”

노신규(54·사진) 한국응급처치교육원 이사장은 응급환자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처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초 발견자의 대응이 한 생명을 살리는 기적으로 이어지려면 국민 모두가 응급상황 대처법을 숙지해야 한다는 게 노 이사장의 지론이다. 2013년 설립된 응급처치교육원은 심폐소생술(CPR) 보급 및 교육 활동이 주요 사업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9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교육원에서 노 이사장을 만났다.

노 이사장은 심정지로 인한 돌연사가 한 해 3만건이 넘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심정지로 죽을 확률이 교통사고보다 8배가량 높다”고 말했다. 심뇌혈관 질환 사망자의 약 40%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 발생한다고 한다. 노 이사장은 “추운 날씨 때문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장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든다”며 “노인 등 심장 기능이 약한 이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8년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자는 3만539명이다.

심정지 돌연사의 경우 집이나 직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목격자가 있다. 노 이사장은 “‘내가 배워야 나도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방법을 배우고 연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경험한 비율은 73% 정도로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심정지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생존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8.6%에 불과하다. 노 이사장은 “심정지 환자에 대한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응급처치는 이론부터 철저하게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정지가 뇌에 미치는 영향, 제한된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처치 요령을 숙지해야 급박한 상황에서 즉각적이고 정확한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 이사장은 “왜 이런 처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이해 없이 실기 위주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그나마도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심폐소생술은 ‘흉부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가 한 세트다. 구조자가 인공호흡을 할 줄 모르거나 능숙하지 않을 땐 가슴 압박만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정확한 응급처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심정지 이후 뇌기능 손상 등 후유장애를 겪게 되면 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 이사장은 “심뇌혈관 질환을 겪는 이들은 주로 40, 50대 남성으로 가장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쓰러지면 한 가정이 겪게 될 경제적 충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뇌혈관 질환에 따른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32조원에 달한다”며 “이 가운데 일부만 줄여도 상당한 재정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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