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마에다 계약, 오지환 계약

국민일보

[돋을새김] 마에다 계약, 오지환 계약

고세욱 스포츠레저부장

입력 2020-01-14 04:01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투수 마에다 겐타는 국내 야구팬들이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일본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까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동료였던 마에다는 서글서글한 인상에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호감을 샀다. 무엇보다 한국 팬들이 마에다를 좋게 보는 데에는 낮은 몸값을 감수하면서 펼치는 그의 도전정신 때문이다.

마에다는 2016년 다저스와 8년 2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류현진이 지난해 말 토론토와 맺은 4년 8000만 달러에 비하면 헐값 수준이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 2회 수상자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저렴하다. 대신 선발로 몇 경기에 나서는지, 몇 이닝을 던지는지, 개막 엔트리에 뽑히는지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옵션)를 받는다. 인센티브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8년에 1억 달러를 넘기는 것으로 나온다. 일본리그에서의 혹사, 부상 우려를 고려한 구단의 안전장치였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미국 무대에서 매번 잘 던지기가 쉽지 않기에 마에다의 계약은 흔히 ‘노예 계약’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빅리그에서 던지는 것 자체가 좋다”며 수락한 그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 지난 2년은 암흑기였다. 관중 수는 2017년 840만명을 정점으로 2018년 807만명, 지난해 728만명대까지 급전직하했다. 2018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병역 혜택 논란이 시발점이었지만 기본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이 몸값을 못한다는 점이 인기 하락의 요인이 됐다.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단 연봉이 130억원이 넘는 한국 대표팀은 실업 선수 위주의 대만에 패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대만에 7점 차 대패를 당했다. 당시 대만이 프로선수 주축이었다 해도 몸값은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국내 리그의 수준도 다를 게 없다. 지난해 25억원을 받은 연봉 1위 이대호는 타격 순위 29위에 그쳤다. 1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강민호는 누상에서 상대 야수와 잡담하다 아웃당하기도 했다. 공인구가 바뀌었다고 억대 거포 선수들의 홈런 수가 확 줄었다. 고교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실책이 잇따랐고 배부른 선수들은 잊을 만하면 폭행, 성추문, 음주, 도박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갑이 두둑해지니 절실함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수들의 몸값 거품을 방치하다간 암흑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마에다식 계약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요새 자유계약선수(FA)들의 계약에서 인센티브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다. 안치홍은 올해 계약금 및 연봉 20억원에다 인센티브 6억원의 2년 계약을 맺고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원 소속팀인 NC 다이노스와 계약(2+1년)한 박석민의 경우 총 연봉은 14억원이지만 3년 차로 들어갈 경우 총 옵션이 18억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50억원 이상의 대박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보장 금액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의 변화는 이들의 비정상적 몸값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뜻하지 않은 부상, 슬럼프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마주해야 하는 선수들로서는 성적에 비례하는 마에다식 계약이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야구의 위기와 불신을 만든 게 선수와 구단들이고 이에 대한 결자해지의 의무가 있는 것을.

이런 점에서 최근 오지환에게 4년간 전액 보장 금액 40억원의 계약을 안긴 LG 트윈스의 조치는 유감이다. 오지환이 이제 나이 30의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아시안게임 병역 논란의 당사자란 점에서 더욱 아쉬운 결정이다. 구단이 총액을 다소 높여주더라도 삼진·실책 개수, 타율과 인센티브를 연계했으면 어땠을까. 오지환에겐 동기부여가 확실했을 것이고 계약에 서명하고도 욕먹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주문은 분명하다. 마에다처럼 운이 아닌 실력에 따라 돈을 받아야 한다고.

고세욱 스포츠레저부장 swkoh@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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