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권 절제” 중앙지검장 일성… 정권 코드 맞추려는가

국민일보

[사설] “검찰권 절제” 중앙지검장 일성… 정권 코드 맞추려는가

권력비리 수사 축소는 국민이 용납 못해…정부가 중간간부 인사로 수사팀까지 교체하면 가짜 검찰개혁일 뿐

입력 2020-01-14 04:01
1·8 검찰 고위직 인사 발령자들이 13일 새 부임지에 일제히 취임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사령탑의 일성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이 그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주도해왔기에 앞으로 수사 강도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사에서 제일 먼저 주문한 것은 ‘검찰권 절제’였다. 이 지검장은 “수사의 단계별 과정 과정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 요구에 적극 동참할 것도 강조했다.

평상시라면 원론적 언급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둘러싸고 현 정부와 검찰이 정면 충돌하는 민감한 상황이다. 권력비리 수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속도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런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라면 국민들로서는 용납하기 어렵다. 이 지검장의 복심이 뭔지는 알 수 없다. 만일 향후 정권 수사에 제동을 건다면 그건 과거의 정치검찰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검찰 개혁의 요체는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던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로 ‘친문 라인’으로 꼽힌다.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조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제안해 검찰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만큼 윤 총장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이 현실화되면 윤 총장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권의 노림수다. 이 지검장이 정권과 코드를 맞춰 나간다면 검찰은 개혁은커녕 퇴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을 지배하려 한다. 법무부는 반부패수사부, 공공수사부 등 직접 수사 부서 13곳을 폐지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을 이날 발표했다. 고위 간부 인사로 윤 총장 수족을 다 잘라낸 것도 모자라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 인사로 정권 관련 수사팀도 전면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직제개편 시 중간간부 필수 보직 기간 1년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완전히 좌초시키겠다는 저의가 다분하다. 진보 성향의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공개 비판하고, 현직 대검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을 통해 “검찰을 특정 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 개혁”이라고 정면 비난한 것에 현 정부는 느끼는 바가 전혀 없는가.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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