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역 뒤덮은 산불 연기… “영화 매드 맥스 방불”

국민일보

호주 전역 뒤덮은 산불 연기… “영화 매드 맥스 방불”

대기오염탓 호흡기·피부병 급증 “담배 19개비 피운 것과 같아”

입력 2020-01-14 04:04
미국 인공위성업체 맥사의 월드뷰3 위성이 12일(현지시간) 촬영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이던 지역의 모습. 매서운 기세로 산림을 태우는 붉은 화염과 함께 광범위한 지역에 넓게 퍼진 뿌연 연기가 뚜렷하게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산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호주 국민들의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연기가 호주 전역을 뒤덮으면서 화재 현장과 떨어진 지역에서도 호흡기와 피부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자욱한 연기가 햇빛을 차단하면서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이 인류문명 붕괴 이후를 다룬 호주 영화 ‘매드 맥스’에 비견할 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캔버라 주민 제니 에드워즈는 최근 가족과 함께 12일 동안 휴가를 다녀왔다. 산불 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휴가 후 복귀한 뒤에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거대한 산불은 약 100㎞ 떨어진 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고, 도시는 여전히 적갈색 연무에 뒤덮여 있다. 에드워즈는 캔버라에 돌아오자마자 눈이 따갑고 가슴이 답답해졌으며 두통이 찾아왔다고 호소했다.

호주 전역에서는 응급 신고와 앰뷸런스 호출, 응급실 방문 횟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시드니 동부 기준 대기오염 상태가 하루에 담배 19개비를 피운 것과 같다고 보도했다. 연기는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캔버라의 응급실 의사인 데이비드 칼디콧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치가 연기 때문에 먹통이 됐다고 전했다. 화재경보기가 산불 연기 때문에 수시로 울려 경보 센서를 수건으로 덮어뒀다는 그는 “영화 매드 맥스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불 사태가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정신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2009년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한 달여 이어졌던 ‘검은 토요일’ 화재의 경우 소방관과 지역 주민들이 외상후 스트레스(PTS)를 겪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번 화재는 호주 전역에서 4개월 넘게 이어지는 등 규모 측면에서 ‘검은 토요일’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미렐라 디베네데토 로열멜버른공대 교수는 “수개월 뒤 큰 충격이 찾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불 사태 와중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산불 대응과 관련,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다룰 수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국 석탄산업 보호를 위해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부인해 오던 그는 “우리는 점점 더 길어지고, 더 더워지며, 더 건조해지는 여름 속에 살고 있다”며 “이는 광범위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시인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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