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례○○당’ 불허에도 여전히 허점투성이 선거법

국민일보

[사설] ‘비례○○당’ 불허에도 여전히 허점투성이 선거법

입력 2020-01-14 04:02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던 이른바 비례대표제 전용 ‘위성정당’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불허 판정을 내렸다. ‘비례○○당’이란 명칭이 기존에 등록된 정당명과 잘 구별되지 않아 유권자에게 착오를 일으킬 염려가 있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비례대표제만 겨냥한 위성정당은 본래 정당과의 연관성에 대한 유권자의 혼선을 틈탄 득표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당 정치의 본령을 위협하는 동시에 군소정당에도 기회를 주겠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와도 배치된다.

선관위의 결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싱크홀로 부각됐던 위성정당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엄연히 이념과 조직이 동일한 정당을 인위적으로 둘로 쪼개 유권자의 표를 노리는 기괴한 선거 풍속도 성립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선관위의 불허 결정 직후 효력정지와 결정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후속 송사가 진행되면 총선을 목전에 두고 유권자들의 혼란상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당과 군소정당 협의체가 제1야당의 불참 속에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은 졸속 입법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정당 간 이해관계를 반영하느라 선거 규칙이 지나치게 복잡해졌을 뿐 아니라 21대 총선에만 적용키로 한 선거 룰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중앙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은 규정 등이 고쳐지지 않았다며 선거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비례대표 후보자 기탁금 1500만원이 과다하고, 지역구 후보자가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 기탁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 등이다.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진데 따른 입법 보완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현상들은 여야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겠지만 개정 보름 남짓 만에 다시 법을 고쳐야 한다는 상황은 참담할 뿐이다. 특히 국회 업무의 본령인 입법 과정에서 발생한 이런 누수는 정치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부채질한다.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야는 선거제도가 합리성을 갖출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가다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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