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풍향계 아이오와 코커스, 승자 누구냐

국민일보

미국 대선 풍향계 아이오와 코커스, 승자 누구냐

후보 첫 경선 세계가 주목

입력 2020-01-18 04:03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2019년 기준 아이오와주의 인구는 316만명으로 미국 전체의 0.96%에 불과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대선 후보 첫 경선을 이곳에서 실시하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주가 미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이유다.

올해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도 오는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가 펼쳐진다. 양당의 경선은 6월 2일 끝난다. 공화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아이오와주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1968년 8월, 시카고에서 열렸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역사상 최악의 전당대회로 기록됐다. 당시에는 대선 후보 경선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일부 주에선 경선이 투표로 이뤄졌으나 더 많은 주에서는 주로 보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대의원들이 골랐다.

당시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은 반전을 외친 유진 매카시(매카시즘의 주인공과는 다른 인물) 상원의원을 지지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밀었던 허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자 전당대회장 밖의 반전주의자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폭력으로 진압했다. ‘피의 전당대회’라고 불리는 이유다. ‘피의 전당대회’ 후 대선에서 패하자 민주당은 경선 제도를 개혁했다. 주별로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경선이 실시되는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미국의 경선 제도는 두 가지로 코커스(caucus)와 프라이머리(primary)로 나뉜다. 코커스는 인디언 언어로 ‘모두 함께 만나는 것’이라는 의미다. 인디언들의 마을회의를 차용한 것으로 코커스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공개 회의를 통해 대선 후보 선출과 중요한 사안을 함께 논의한다. 프라이머리는 비밀투표로 대선 후보를 뽑는 우리에게 익숙한 경선 제도다.

초기부터 코커스를 운영했던 아이오와주는 경선 준비가 잘 돼 있는 주로 평가받았다. 1972년 대선부터 제대로 된 경선 제도를 도입한 민주당은 가장 믿을 만한 아이오와주를 ‘1번 타자’로 정해 경선을 실시했고 이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민주당보다 4년 늦게 1976년 대선부터 경선 제도를 택한 공화당도 아이오와주를 시작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서 코커스를 운영하는 곳은 50개주와 워싱턴을 포함한 51개 선거구 중 4~5개주에 불과하다. 아이오와주·네바다주·노스다코타주·와이오밍주와 공화당만 해당되는 켄터키주다. 프라이머리가 보다 간단명료해 경선 방식으로는 인기가 높다.

대선에 나서려는 모든 후보들은 아이오와 코커스에 집중한다. 아이오와에서의 승리는 기선제압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과 언론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어 상당수 후보들은 다른 주는 제쳐두고 아이오와주 전역을 누비고 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오와 코커스 승자가 기세를 몰아 백악관을 차지한 경우는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각각 3차례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12차례, 공화당은 11차례 대선 경선을 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사례가 적다. 게다가 이 6차례 중에서도 4차례는 재선에 도전했던 현직 대통령의 사례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신분으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대선까지 승리한 경우는 2000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아들)와 2008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이 둘밖에 없다. 2000년 아들 부시는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로 대세론을 굳혔고, 2008년 오바마는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오와 코커스 승자가 백악관 주인은 못 되더라도 그 당의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높다. 민주당에선 12차례 중 8차례 아이오와 코커스 1등이 대선 후보를 차지했다. 공화당은 11차례 중 5차례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4.3%의 득표율로 27.7%를 얻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이후 열세를 극복하고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당시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초박빙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49.8%의 득표율로, 49.6%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0.2% 포인트 차로 힘겹게 이긴 뒤 후보가 됐으나 대선 본선에서 트럼프에 졌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후보 자리를 거머쥔 상태라 올해 아이오와 코커스의 관심은 민주당에 집중된다. 최대 관심사는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돌풍 여부다.

현재까지 민주당 경선 구도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수위를 달리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뒤를 쫓는 3강 구도다. 부티지지는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이들 ‘빅 3’와 큰 격차가 있는 7∼13%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이오와에서는 다르다. CBS방송과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지난 12월 27일∼1월 3일 아이오와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티지지는 바이든, 샌더스와 함께 23% 지지를 얻어 공동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오와주립대의 12월 12∼16일 조사에서는 24%의 지지율로 샌더스(21%), 워런(18%), 바이든(15%)을 누르고 단독 1위를 차지했다.

부티지지는 2008년 오바마의 전략을 모델로 삼고 있다. 군소 후보로서 화력을 경선 초반 지역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부티지지는 2014년 사우스벤드 시장 재임 시절 7개월 휴가를 내고 해군 정보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 이은 두 번째 경선은 2월 11일 실시되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의 초반전에서 선전할 경우 부티지지는 민주당 경선에서 태풍으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예상은 초반 혼전 양상에도 불구하고 소위 3강으로 불리는 바이든. 샌더스. 워런 중 한 사람이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실시되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부터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티지지가 아이오와의 승자가 되더라도 잠시 반짝했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의 주인공이 최종적으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미국 대선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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