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팔이? 이벤트?… 장애인은 정치하면 안되나요”

국민일보

“감성팔이? 이벤트?… 장애인은 정치하면 안되나요”

‘민주당 영입인재 1호’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

입력 2020-01-18 04:07
척수장애로 휠체어에 앉은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편안하게 웃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최 교수는 지난 연말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로 정치권에 호출됐다. 윤성호 기자

발레리나, 장애인, 교수, 정치인.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40년 인생’이 그려가는 궤적이다.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그의 육체는 더는 춤을 출 수 없게 됐지만, 그의 인생은 발레리나의 점프를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 교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라는 이름표를 달고 여의도에 섰다. 지난 13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만난 최 교수는 자신이 정치를 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인 일자리와 여성 장애인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래 별러 온 듯 또렷했다.

최 교수는 ‘정치권의 장애인 영입은 감성팔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편견”이라고 반박했다. “여성, 청년이 그렇듯 장애인도 ‘당사자 정치’가 필요하다. 장애인 국회의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입당을 가족이나 지인들이 만류하지 않았나.

“(영입 제안은) 남편밖에 몰랐어요. 대부분 만류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은 ‘꼭 해야 한다’고 지지해줬어요. 어떤 제도를 만들고 구조를 변경하려면 정치가 필요한데, 제안이 왔으니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당신이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더니 본인은 소심해서 못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마 제가 리더십을 가지고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추진하고 운영해 와서 그런 것 같아요.”

-장애인 영입이 ‘감성팔이’라거나 ‘이벤트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라 생각해요. 이벤트성이라도 저로 인해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도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런데 왜 장애인이 나오면 감성팔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것도 하나의 편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장애인은 정치하면 안 되나요? 왜 장애인만 나오면 스토리 때문에 영입했다고 하는지, 이것도 저는 편견이라고 봐요. 저는 장애인이기도 하지만 여성이고, 청년에 포함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보지 않고 ‘저 사람은 장애인이니까 감성팔이한다’고만 단정 짓는 건 또 다른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둘 생각인가.

“장애인 노동과 일자리에 관심이 있어요. 장애인들도 일자리가 있어야 사회구성원으로서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갈 수 있거든요. 우리 사회엔 생각보다 중도장애인(후천적 장애인)이 많아요. 이들이 가진 능력과 장점을 잘 교육하고 끌어내 준다면 장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시스템이 잘 돼 있지 않아요. 제가 장애인식개선센터를 만들었을 때 20대 척수장애인 친구들을 모아 강사로 교육했어요. 강의를 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적 자립도 되죠. 이렇게 하면 강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어요. 또 중도장애인들의 경우 항상 부모들이 껴안으려 해요. 간병하느라 부모들도 직업을 잃죠. 그런데 이 사람이 경제적 자립을 하고 직장을 얻게 되면 가족도 그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어요. 경제활동을 하면 국가에서 받던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겠죠. 이건 분명 선순환적으로 윈-윈하는 거라고 봐요. 이런 선순환적 정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진=윤성호 기자

-영입 발표 당시 많은 언론이 ‘척수장애인 최혜영’이라고 표현했다.

“저는 그 용어를 써주셔서 감사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거든요. 우리나라 장애유형은 15가지인데 ‘척수장애’는 그 유형에 없어요. 지체장애에 들어가거든요. 많은 사람이 휠체어에 앉아있으니 하지마비 장애인인 줄 아는데, 저는 신경 손상이 와서 사지마비가 된 거거든요. 손도 쓸 수 없어요. 이건 아마 이 장애를 잘 몰라서 그런 걸 거예요. 저희는 이렇게 앉아있지만 대소변 조절이 안 되거나 하는 합병증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지체장애인보다는 척수장애인으로 표현해주시면 좋겠어요.”

-사회적으로 장애인 목소리가 주목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 정치인도 보기 힘든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많이 미흡해요. 20대 총선에서는 장애인 비례대표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장애계 법안도 통과된 게 없었죠. 청년을 많이 뽑듯 장애인 국회의원도 여러 당에서 많이 배출되면 좋겠어요.”

-출마할 건가 아니면 비례의원직을 제안받았나.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어요. 2월은 넘어야 윤곽이 나올 것 같아요.”

-‘더불어 산다는 말이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는데 그건 어떤 세상인가.

“아직 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함께 사는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포함돼 산다면 제가 굳이 ‘더불어 살아요’라며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당연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였어요. 저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5000만 국민 중 하나거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 지어 말하지 않고 한 명의 국민, 한 명의 사회구성원으로 사는 세상이면 좋겠어요. 저도 이름이 있잖아요. 장애인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주면 좋겠어요.”

-‘조국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음, 어렵네요. 아직 제가 평가할 위치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밖에는 답변을 못 드리겠어요. 다만 저는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정치를 멀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정치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고 해요. 좋은 정책을 만들어 법안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정치를 잘 몰라 다른 정치인들이 무시할지도 모르지만 ‘깡’으로 버텨야죠.”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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