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주차장, 야간엔 개방을

국민일보

[기고] 학교 주차장, 야간엔 개방을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입력 2020-01-16 04:02

대도시 주택가의 주차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서울시가 접수한 369만건의 민원 중 약 40%가 주차 문제다. 이웃 간 다툼은 물론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여건이 좋다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노원구의 경우 전체 주택의 83%가 아파트지만 대부분 80년대 말 건설돼 지하주차장이 거의 없다. 밤마다 주차 전쟁이 일상이다. 그렇다고 주차장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주차장을 만들려면 부지 매입 등에 큰 비용이 소요되고, 당장 노후 아파트 재건축은 각종 규제가 심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결의 실마리는 주차공간 공유다. 도시 곳곳에 있는 학교, 백화점 등 대형 유통시설과 교회, 업무용 빌딩의 주차장은 낮에는 혼잡하지만 밤에는 빈 곳이 많다. 이를 공유하면 주차장을 더 만들지 않아도 많은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다. 그중 필자가 주목한 것은 비어 있는 학교 주차장 활용이다. 노원구만 하더라도 대학교를 포함해 학교가 100개나 된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안전과 관리상 어려움을 이유로 개방에 부정적이다.

관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 등 실태 조사를 했다. 이후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학교부터 방문해 학교장 면담을 하고 있다. 학교 측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먼저 정해진 주차시간의 철저한 이행을 약속했다.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30분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은 24시간 개방하되 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은 즉시 견인하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바닥 포장과 도색, 차량 자동 출입기와 CCTV 설치 등 시설 개선 비용은 구가 지원한다. 학교 주차장 이용 요금도 전액 학교에 돌려주고, 사업에 동참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기존의 학교 시설 개선비 외에도 교육경비 보조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확대 제공하기로 했다. 소통의 노력 덕분인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두 곳의 중고등학교 50면을 시작으로 주차장 개방 의사를 밝히는 학교가 늘고 있다. 지역 내 백화점 등 대형 유통시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영업이 끝나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30분까지 사용하는 조건이다. 지금까지 1000여면을 확보했고, 올해까지 1500면 확충이 목표다. 학교 주차장의 야간 개방이 도시 주차난 해소와 공유경제 확산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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