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예배당… 말씀, 그림으로 읽다

국민일보

문화가 있는 예배당… 말씀, 그림으로 읽다

새문안교회 문화예술 프로그램 ‘한성구 교수의 그림 이야기’

입력 2020-01-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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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14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1층 새문안홀에서 가인과 아벨을 주제로 그린 티치아노의 작품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질투는 아주 강렬한 인간의 감정입니다. 르네상스 이후 수많은 화가가 질투로 미칠 듯한 얼굴을 그려왔습니다. 1669년 렘브란트가 그린 신약성경 속 ‘돌아온 탕아’ 작품에서 아버지 품에 안긴 탕아를 바라보는 형의 표정이 매우 씁쓸합니다. 가인은 질투 때문에 동생 아벨을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가인과 아벨을 다룬 작품 중에 저는 157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대가 티치아노의 그림을 최고로 칩니다. 가인이 아벨을 왼쪽 발로 밟고 무언가로 내리치는 구도가 역동적입니다.”

한성구(66)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그림 해설에 청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 1층 새문안홀에선 14일 ‘한성구 교수의 그림 이야기’ 강의가 진행됐다. 새문안교회가 교인은 물론 지역의 직장인 및 주민들과 함께 문화예술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의 하나다.

한 교수는 국내 결핵 치료의 권위자다. 경기고와 서울대 의대를 나와 평생을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로 일했다. 지난해 8월 정년을 맞자마자 진료보다 그림 강의를 앞세우고 매달 둘째 주 화요일 저녁 새문안교회 새문안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그림 속의 의학’의 저자인 그는 강의를 위해 수천 장의 명화 파워포인트(PPT) 파일을 손수 제작했다. 그림과의 인연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파견 근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선 작품을 들여다봐도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제목조차 ‘무제(無題)’인 게 많습니다. 포스트모던 작품이 주종이니까요. 그런데 NIH 근무로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내셔널갤러리에 자주 가다 보니 그림의 연대기를 파악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흥미를 느끼고 그림 공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알기 위해 성경도 봤고요. 제가 여기 새문안교회 유치원 출신입니다. 하하.”

질투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엔 성화는 물론 피카소 뭉크 로댕 등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곁들어졌다. 성경은 물론이고 그리스·로마 신화와 인체에 대한 이해, 르네상스와 시민혁명의 역사와 작가들의 연애담까지 한데 어우러졌다. 많은 공부가 필요한 강연인데도 한 교수는 무보수로 섬기고 있었다. 새문안홀이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문화예술을 나누는 장으로 쓰이도록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새문안홀에선 한 교수 강연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영상을 감상하는 ‘새문안 클래식 포럼’, 성경적 영화 보기인 ‘새문안 시네마’, 희곡 읽기를 통한 연극 교실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새문안홀 운영단 총무인 극단 관악극회 대표 윤완석(66) 집사는 “교회 1층의 새문안홀은 입당 전부터 교회와 지역 주민이 문화를 매개로 편안하게 만나자는 뜻으로 세워졌다”면서 “올해는 기존 프로그램 외에 정오의 음악회와 건강강좌 등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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