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설교에 자꾸 제 얘기가 나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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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설교에 자꾸 제 얘기가 나와요… ㅠㅠ”

기침 ‘목회자 자녀 영성 캠프’ 현장

입력 2020-01-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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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철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과 김선배 침신대 총장 등이 15일 대전 침신대 ‘목회자 자녀(PK) 영성 캠프’에 참석한 270여명의 PK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제공

라디오 방송국으로 꾸며진 무대. DJ 역할을 맡은 남녀가 “목회자 자녀(PK)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줄기 조명이 무대 중앙을 비추자 사연자들이 차례로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여고생이에요. 주일이면 친구들은 가족여행 가는데 저는 못 가니 속상해요. 주일예배는 당연한 건데….” “아버지 설교에 자꾸 제 얘기가 나와요. 좋은 얘기면 괜찮은데 나쁜 얘기면 부끄러워요.” “누군가 자기 부모를 욕하는 걸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한 집사님이 성도들 앞에서 제 어머니를 괴롭히는 걸 봤어요. 하지만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가 대전 침례신학대에서 진행한 ‘PK 영성 캠프’ 둘째 날인 14일 조별 장기자랑 현장이다. 13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 캠프엔 270여명의 PK가 참여했다. 성별은 물론 중3부터 대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했고 한국 대만 미국 중국 등 거주지도 달랐지만, 이들의 고충은 비슷했다. 교회 안에선 성도 교역자 관리집사를 오가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교회 밖에서도 사람들은 ‘목사 아들’ ‘목사 딸’이라 불렀고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장기자랑은 찬양과 연극 방식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객석에서 이를 본 PK들은 공감 가는 장면에 함께 탄식하고 응원했다.

마지막 날 정임엘 목사가 진행한 토크쇼 ‘톡투유’는 PK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답을 찾는 시간이었다. PK로서 이성 교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음주를 권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등을 물었다. 한 개척교회 목회자 자녀의 고민은 가슴을 울렸다. 그는 교회에 청년부도, 찬양팀도 없어 신앙적 경험이 적다고 토로했다. 다른 교회로 옮기고 싶어도 부모님 때문에 결정이 힘들다고 했다.

이들이 고민을 내놓을 때마다 윤재철 기침 총회장 등 목회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영성워십 강사로 나선 최성은 지구촌교회 목사도 PK 출신 교회 부교역자들에게 들은 회복의 방법을 공유했다. 최 목사는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 신앙을 세워야 한다”고 전제한 뒤 “영화 음악 등을 통해 개인의 삶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또 “목회자인 부모를 이해하고 그들의 편이 돼 줄 것”도 당부했다.

일정을 마친 PK들은 ‘회복’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온 이은혜(19)씨는 “올해로 4년째인데 처음엔 영문도 모르고 왔다가 이제는 기대감을 갖고 온다”면서 “모든 프로그램에서 은혜를 받았다”고 했다.

기침은 2012년부터 PK 캠프를 열었다. 올해로 9년째다. 교단과 선후배 목회자들은 캠프 후원을 자청했다. 총회장을 역임한 세종 꿈의교회 안희묵 목사는 엘피스장학재단을 통해 마지막 날 대학 입학 예정자 31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최 목사도 현장에서 사역자의 길을 선택한 20여명에게 장학금을 약속했다. 윤 총회장과 김일엽 총무는 모든 일정에 함께하며 소통했다. 행사를 진행한 김형철(용인 하나엘교회) 목사는 “PK는 다음세대의 영적 재산”이라며 “그들의 회복이 교회의 회복이다. 우리가 9년째 행사를 이어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