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위기 청소년 꿈 살리자” 함께 사는 공동체 만들어 품다

국민일보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위기 청소년 꿈 살리자” 함께 사는 공동체 만들어 품다

<2부> 빌드업 생명존중문화 (20) 사단법인 ‘세상을 품은 아이들’

입력 2020-01-17 00:02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세상을품은아이들 소속 아이들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목자와 노새’ 모양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아이들은 2016년 7월부터 40일 일정으로 순례길을 떠났다. 명 목사는 “아이들은 여행이 주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단절감 속에서 자신의 원래 모습과 마주한다”고 말한다. 세품아 제공

[인터뷰] 2008년부터 ‘세품아’ 운영 명성진 예수마을교회 목사

“달팽이도 산을 넘을 수 있습니다. 속도로만 우리 아이들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치유와 회복은 아이들 속에 감춰진 원래의 가치를 찾아주는 게 아닐까요. 그게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봐요.”

사진=송지수 인턴기자

명성진(52·사진) 경기도 부천 예수마을교회 목사가 14일 힘주어 말했다. 교회에서 만난 명 목사는 2008년부터 ㈔세상을 품은 아이들(세품아)을 만들어 부천 김포 인천의 위기 청소년들을 품고 있다. 세품아는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힌 위기 청소년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다. 가출 청소년 한 명과 함께 살기 시작해 지금은 40여명의 가족공동체로 발전했다.

명 목사가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한 건 부친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뒤, 자동차 밑에서 노숙하던 열 살 아이를 만나면서부터다. 명 목사는 “아이는 한마디로 집에서 ‘탈출’한 거였다”면서 “3일 동안 함께 지내며 얘기를 나눠보니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있었는지 보이더라”고 말했다.

아이는 그에게 동네 형들과 어울리며 술 담배에 빠진 자신이 악마같이 변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 말에 이전까지 그저 ‘착한 목사 노릇’하며 아이들을 품던 그의 시각이 변했다. 아이들의 속살과 마주하며 빨려들 듯 사역을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

세품아는 2016년 인천가정법원으로부터 청소년 위탁기관으로도 지정됐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소년법원으로부터 ‘6호 처분’(만 10세 이상 소년 중 아동복지법상의 소년보호시설이나 아동복지시설에 감호를 위탁하는 처분)을 받은 이들이다. 범죄 정도가 중하지만 소년원으로 보내기 전 사법부 테두리 안에서 회복시키고 치유해보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세품아에서는 발굴 치유 회복 교육 자립으로 이어지는 ‘청소년 재범 방지 솔루션’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기 가운데 놓인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대안적 가족의 형태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상처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다. 그래서인지 명 목사 이름 앞에는 ‘세상을 품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붙는다. 가족 같은 공동체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붙잡아주려는 것이다. 명 목사는 일탈하는 아이들은 긍정적인 성취의 경험이 없기에 마약이나 본드 등에 쉽게 빠진다고 보고, 음악 밴드 활동이나 국토 종주와 같은 여행으로 성취감을 심어주려 한다. 마약보다 더 크고 건강한 기쁨과 즐거움을 알게 해주려는 것이다.

명 목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국영수는 몸, 문화예술, 여행”이라며 “자신의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주려 한다. 문화예술 작업을 통해 성취감과 기쁨을, 여행을 통해 동반자 의식과 인간관계, 꿈을 심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립을 도우려고 창업교육도 실시한다. 취직 등 단순 생계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및 스페인 몬드라곤대와 함께 관련 사업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명 목사는 “이 모든 건 성경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우리네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처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복음을 전하고 공감·소통하며 사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과 치유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성인들도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고 스스로 변화하기도 어렵다. 아이들도 실족하거나 넘어지곤 한다. 명 목사는 그때마다 ‘네가 역시 그렇지’라는 시선을 보내는 주변 어른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서서히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봐 주고 북돋아 주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명 목사는 “아이들이 좋아지다가도 갑자기 나빠지는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더라”면서 “하지만 오랫동안 지켜보니 그 속에서도 분명히 변화가 있다.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려고 하는 아이들의 노력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명 목사의 관심사는 아이들에게 인격적인 신뢰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가다. 좋은 프로그램보다 아이들을 움직이는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치를 발견해주고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불안정 속에서 일탈하는 아이들을 한국교회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명 목사는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잠시 왜곡된 것일 뿐, 모두 하나님이 세상에 보낸 존재”라며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이기에 아이마다 숨겨진 보물이 있다. 어른들의 역할은 그들을 소중한 자원으로 봐주고 하나님이 만드신 모양새를 깨닫고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아이는 자신에게 최고의 선물은 누구든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었다고 고백했어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거기서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부천=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