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님들, 여기 빈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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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님들, 여기 빈방 있어요”

일시 귀국 선교사의 보금자리 감리교웨슬리하우스를 가다

입력 2020-01-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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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웨슬리하우스 원장 이상윤 목사(오른쪽 여섯 번째)와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 상임이사 조정진 목사(오른쪽 첫 번째)가 1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선교사 하우스에서 선교사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선교사님들, 언제나 빈방 있습니다. 늘 이용해 주시고 소문도 내주세요.”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대표회장 홍성국 목사) 상임이사인 조정진 목사가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감리교웨슬리하우스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 선교사들에게 이렇게 광고했다.

이곳은 해외에서 사역하다 잠시 귀국한 선교사들의 보금자리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목회자들이 설립했지만, 정통교회 선교사라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가족 단위 이용자도 많다. 최근엔 자동차도 빌려주기 시작했다. 재화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공유경제’의 선교계 버전인 셈이다.

모국을 찾은 선교사들은 숙소와 차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선교사를 위한 숙소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선교사 숙소를 운영하는 교회나 단체도 대부분 후원 관계에 있는 선교사에게만 제공한다. 자녀들이 장성한 경우 선교사와 자녀를 별도의 공간에 배정해 생이별하는 일도 많다. 일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커 엄두를 내기 어렵다.

선교사들은 비자 연장을 위해 가족이 함께 나오면 2개월 이상 체류할 때도 있다. 대부분은 부모나 형제들 집에 신세를 지지만,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서로 불편해진다.

감리교웨슬리하우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실천본부 홈페이지(wesleyhouse.kr)에서 신청만 하면 된다.

세계순회선교회 대표 김형윤(왼쪽) 목사와 이상윤(가운데) 목사, 조정진 목사가 14일 선교사하우스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송지수 인턴기자

조 목사는 “경조사나 비자 연장 등을 위해 일시 귀국하는 선교사님들이 지낼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이분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선교사 하우스를 마련했다”고 했다. 이어 “일단 계획을 세우고 나니 집을 사용하라고 빌려주시는 분도 계시고 재정을 후원하는 분도 계셔서 힘들어도 보람있게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림동 선교사 하우스는 실천본부가 세운 여덟 번째 선교관이다. 2017년 문을 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하우스를 비롯해 충남 서산, 경기도 수원 등 모두 아홉 곳에 숙소가 있다. 지난해까지 49개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503명이 선교사 하우스에 다녀갔다. 이들이 머문 날을 더하면 4016일이다. 선교사 한 명이 평균 8일간 선교사 하우스에서 지냈다.

신림동 감리교 웨슬리하우스 전경. 송지수 인턴기자

영국에서 사역하다 지난해 10월 말 비자 갱신을 위해 입국한 김기정 선교사는 온 가족이 당산동 선교사 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 김 선교사는 “아내와 세 명의 딸과 지낼 곳을 찾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면서 “이산가족이 되기 일쑤였고 그마저도 불편했는데 함께 지낼 수 있어 기쁘고 큰 특권을 누리는 것 같다”며 반색했다. 부인 조수정 선교사는 “영국에서도 웨슬리하우스 같은 사역을 꿈꾸게 됐다”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선교사님들을 만나 교제한 것도 유익했다”고 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사역하다 지난해 11월 선교관에 입소한 신현재 목사도 “선교지에 돌아가 웨슬리 하우스 같은 공유 서비스 사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충분히 적용할 만한 사역 모델”이라며 “나눔 사역을 통해 한국교회가 더 건강해지고 성숙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종대 선교사는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사역하다 지난해 말 선교사 하우스를 찾았다. 그는 “내 집 같은 안락함이 있다”면서 “선교사들이 늘 꿈꿨던 공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차까지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해 주시니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면서 “운영자 입장이 아니라 짐을 푼 선교사들의 관점에서 모든 도움을 주니 만족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선교사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박소현 선교사는 두 아들과 신림동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아이들 밥 해 주러 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연은 이랬다. 자녀들을 사역지에서 멀리 떨어진 선교사 자녀 학교에 보낸 뒤 그리움이 컸다고 한다. 그러다 ‘방학이 되면 직접 밥을 해 먹이고 싶다’고 생각했고 우연히 한국에 나올 기회가 생겨 온 가족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박 선교사는 “2달 동안 아들들에게 원 없이 밥을 해줄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웨슬리하우스가 없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고 했다.


선교사 하우스는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의 사역이 토대가 됐다. 조 목사는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도 맡고 있다. 감리교웨슬리하우스 원장 이상윤 목사는 “생명을 살리는 사역이 선교사들을 위한 복지로 확장된 게 웨슬리하우스”라며 “의료 서비스와 선교사 및 목회자들의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무료로 운영하다 보니 교회들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며 기도와 관심을 당부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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