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겸손으로 새해를 열자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겸손으로 새해를 열자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입력 2020-01-17 04:04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금년은 새로운 10년의 시작이고 영리하고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흰쥐띠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년벽두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이슈 전반은 녹록지 않다. 우리가 새로운 출발을 마음먹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교만이나 자기 과시이고 갖춰야 할 것은 겸손이다. 인간의 원죄가 에덴동산에서 ‘내가 하나님처럼 되리라’ 하는 유혹과 교만함에서 동산의 선악과를 따먹으며 비롯되지 않았던가.

어떤 목사님이 설교 중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은 누구로부터 도움 없이 뭐라도 가지고 있는 게 하나라도 있나요.” “모두가 다 남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면 왜 마치 자기 것인 양 자랑하고 겸손하지 못한가요.” 그렇다. 새해에 새로운 10년을 출발하면서 다가오는 ‘불확실성의 시대’와 ‘초디지털 변화의 시대’의 파고(波高)를 겸손함으로 이겨내자.

세계 경제대국 10개국은 목하 경제전쟁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 간 브렉시트 분쟁,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양국 간 감정싸움 등이 그렇다. 신년 시작하자마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공습 살해함으로써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은 즉각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발사로 보복을 실행했다. 이런 이슈들이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반복되는 인간사의 도돌이표다. 국내에서는 정치권이 극도의 분리로 아무런 상관없는 국민들마저 불필요한 논쟁과 편 가르기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온 세상은 통합과 화합을 구호로만 외치고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벗어나 자국 우선주의와 포퓰리즘으로 흐르면서 자기주장과 교만이 판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2020년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며 초디지털 시대이다. 지구상 어디에 살든지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 기업은 핵심 기반기술을 가져야 경쟁력이 있고 전후방 연관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이뤄야 급속한 성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는 한 사람의 힘으로나 한 기업이나 한 나라의 힘으로도 안 되고 공유나 제휴 등 협력(collaboration)이 중요한 관건이다. 겸손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한 세상이다.

성경이 말하는 겸손은 능력 없는 자가 비굴하게 겸손해지는 것이 아니다. 전지전능하신 예수님이 낮고 천한 몸으로 이 땅에 오신 모범을 보인 것처럼 능력 있는 자의 겸손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변화가 빠르고 시끄러울수록 겸손, 온유, 오래 참음만이 용납과 용서의 전제조건이 되고, 이를 통해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해결해 평안을 얻게 된다(엡 4:2∼3). 정치나 경제 문제도, 기업 성장 문제도, 가정의 어려움도 겸손함에서 출발해야 답을 얻게 된다.

새해를 겸손함으로 여는 세 가지를 경제주체별로 생각해본다. 첫째, 개인은 자기에게 닥친 모든 문제를 자기 힘으로만 풀어가려고 하는 자세가 교만이다. 겸손하게 엎드려 문제의 원인을 듣고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질적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둘째, 기업은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고 위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먼저 혁신하고 위기 대응 준비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겸손이다. 셋째, 교회나 국가는 스스로 주인이 아니므로 목소리를 낮추고 지도자들은 겸손히 자기 시대가 아닌 다음 세대, 백년대계를 위해 희생 헌신해야 한다.

교만은 하나님을 보지 못할 때 나타나는 마음이고 일이 안 되면 낙심과 절망으로 이어진다. 겸손은 하나님이 함께하는 마음이고 일이 잘 안 되더라도 낙심하지 않게 된다. 아무 죄 없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그분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아도 내가 겸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겸손으로 새해를 열자! 교만이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이 존귀의 앞잡이다.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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