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도 ‘장애=비정상’ 인식에 갇혀 있는 정치인의 수준

국민일보

[사설] 아직도 ‘장애=비정상’ 인식에 갇혀 있는 정치인의 수준

입력 2020-01-17 04:03
정치권에서 장애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 잇따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서 의지가 더 강하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후천적 척수장애인의 의지를 강조하려다 선천적 장애인을 의지가 약한 사람들로 낙인찍었고, “정상적으로 살던 것”이란 말을 통해 ‘장애=비정상’으로 규정해버렸다. 이 발언을 비판한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논평에도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담겼다. “(이 대표처럼)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며 장애인을 뭔가 잘못되고 모자란 사람으로 폄하했다.

이 대표는 “의도를 갖고 말한 게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했다”고 해명했는데, 그래서 더 심각하다. 정상인-장애인의 그릇된 이분법이 그만큼 깊이 뇌리에 박혀 있음을 뜻한다. 1년 전 “정치권에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다”는 말로 물의를 빚었을 때의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가 추켜세우려던 영입인사 최혜영 교수는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장을 맡고 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고 헌신해온 이를 영입한 정당의 대표가 그를 국민에게 알리는 자리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최 교수에게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지난해에는 정치인의 장애인 차별적 발언이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켜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단체의 진정이 5건이나 접수됐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장에게 “인권을 존중하고 지켜야 할 국회의원들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재발방지책과 윤리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경고를 들은 지 불과 2주 만에 또 비하 발언이 나왔다. 별다른 조치 없이 슬쩍 넘어간다면 차별적 언어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파급력이 큰 정치의 언어에서 차별의 요소는 반드시 걷어내야 하고, 그러려면 뿌리박힌 인식을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제도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 윤리위원회를 비롯해 관련 기구와 규정을 대폭 강화하고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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