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열음 낸 한·미, 조용한 협상이 정답

국민일보

[사설] 파열음 낸 한·미, 조용한 협상이 정답

美대사는 자극적 발언 자제하고 여권은 反美감정 부추기지 말아야

입력 2020-01-18 04:01
남북 협력 사업을 진척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을 놓고 한·미 사이 마찰음이 삐져나오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정부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여당 지도부가 내정 간섭이라며 맞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리 해리스 미 대사는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 협력 추진에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론은 고무적”이라면서도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 다음 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설훈 최고위원은 “우리 정부의 구상에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방송에 나와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며 “대한민국 외교가 미국이 그어놓은 한계선 안에서 노는 외교가 돼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한·미 사이에 불협화음이 불거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민감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제외하더라도 현안을 놓고 뉘앙스가 다른 언급들이 여러 차례 오갔다. 지난해 8월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 연장 종료와 관련해서는 한·미 당국 간에 이견이 분출됐고, 급기야 해리스 대사가 외교부에 초치 되기도 했다. 외교 관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외교적 지향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견이 있으니 조정하는 게 외교 협상이고, 매끄러우면서 자국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게 외교적 능력이다.

입장이 다르다고 자기주장만 떠드는 건 금기다. 특히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가 함께 걸려있는 민감한 사안은 더욱 그렇다. 남북 관계 진전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북·미 대화를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한·미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이런 구상에 역행한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조차 불분명한 발언을 삼가기 바란다. 상주 외교사절은 주재국의 민심을 본국에 전달하고 양국 교류를 증진하는 역할도 한다. 자국 입장만 대변하다 보면 군림한다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다. 정치권의 반발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섣부른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외교 채널을 통해 조용하면서도 치밀하게 협의해 해법을 찾도록 돕는 게 올바른 길이다. 동맹국과의 갈등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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