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해리스 발언 부적절”… 美와 불협화음

국민일보

靑 “해리스 발언 부적절”… 美와 불협화음

미국 설득은 어렵고, 북한 호응도 불투명

입력 2020-01-18 04:01

청와대가 17일 남북협력 사업에 사실상 제동을 건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개별관광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취해진 대북 독자 제재인 ‘5·24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남북협력 사업을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가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리스 대사의 발언과 관련,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 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 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가 전날 외신 간담회에서 남북협력 사업에 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발언한 데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여당도 해리스 대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를 향해 “조선 총독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도 당 회의에서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앞으로 정부는 남북협력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의 북한 방문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남북 간의 민간교류 기회가 확대돼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5·24조치 안에 우리 국민의 북한 방문 금지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개별관광을 하면 이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대변인은 또 “역대 정부도 개별 국민의 방북 문제에서는 (5·24조치에 대한) 유연화 조치를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5·24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한국 장병 46명이 전사한 뒤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제재 조치이다. 남북 간 교역·교류 전면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5·24조치 유연화뿐 아니라 남북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과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진전을 지렛대 삼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뒤 남북협력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독자적인 남북협력 사업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미 워싱턴 조야에선 ‘개별관광으로도 북한에 달러가 흘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개별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한국을 ‘패싱’하고 있는 북한이 개별관광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개별관광은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기존 금강산 관광과 같이 대규모 관광객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매력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물 철거까지 말한 북한이 개별관광에 호응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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