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사람의 인품을 알려면

국민일보

[청사초롱] 사람의 인품을 알려면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입력 2020-01-22 04:02

사람의 인품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품을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성공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나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타인의 인격과 성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모든 사회 운영과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그 사람의 인품을 파악하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법은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지 못할 방법 중 하나다.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사람의 말은 진심을 담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은 마음에 든 것과 다른 말을 한다. 이중인격, 사기, 배신, 뒤통수 치기 등이 끊이지 않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에 웃을 수만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발 네 진심을 말해봐”라고 진심을 압박하기도 하고, “진심이니 제발 내 말 좀 믿어줘”라며 진심을 애걸하기도 한다.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는 ‘진심’이라는 단어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롭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 그 사람의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말보다는 행동을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사실이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사람을 분석하고 예측하려고 할 때 가능하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검사하지 않고 표출되는 행동을 검사한다. 말보다 행동이 사람의 품성과 미래 행동을 훨씬 더 정확하게 예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이라고 100% 믿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특별히 짧은 기간에 관찰된 행동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행동을 잘 통제하고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자기의 본 모습을 최대한 숨기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본인의 삶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그럼 무엇을 봐야 할까?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면 된다. 어떻게 그런 것들을 알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들이 어떤 일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가장 소중한 일에 가장 많은 관심과 시간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할까? 말은 다르게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름 아닌 ‘돈’이다. 세상에 중요한 가치가 많이 있겠지만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 그리고 투자하는 시간을 관찰해보면 어렵지 않게 사람들이 돈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성경에도 ‘재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돈이 삶의 목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사람들은 돈을 귀하게 여긴다.

결론적으로 ‘돈을 어떻게 쓰는지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갈등과 다툼에 휩싸이지만 그 중간에는 어김없이 돈이 다툼과 갈등의 씨앗으로 서 있다. 평상시에는 아주 훌륭한 인품과 성품을 가지고 있는 듯한 말과 행동을 하지만 돈과 관련한 이권을 다툴 때면 성품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돈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마음과 본심을 숨기기 어렵다. 청문회 때 이슈가 되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경우에도 항상 갈등과 다툼의 끝이 돈을 다루는 태도인 것을 보면 돈이 인품의 핵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