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도 건넜다… 우한 폐렴 ‘팬데믹’ 조짐

국민일보

태평양도 건넜다… 우한 폐렴 ‘팬데믹’ 조짐

내국인 추가 감염 총력 예방 절실

입력 2020-01-23 04:03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한커우 기차역에서 22일 일가족 여행객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은 이곳 한커우역에서 직선 거리로 약 700m 떨어진 화난 해산물시장에서 발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 거래되던 박쥐에게서 바이러스가 처음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2019-nCoV·우한 폐렴)이 태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넘어 태평양 건너 미국에까지 번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1일(현지시간) 우한 여행을 다녀온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지역 거주 30대 남성을 미국 내 첫 ‘우한 폐렴’ 감염자로 공식 인정했다. 서구권도 바이러스 확산의 가시권에 들어간 셈이다.

이처럼 중국 내 감염과 인접국가 전파 단계에서 대륙 간 전파 단계로까지 확산 수위가 높아지면서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Pandemic)’에 가까워졌다는 국내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김우주(사진)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원과 감염 경로, 전파 속도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없어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시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신종 감염병 확산 3단계로 봤을 때 이미 미국에서도 환자가 발생한 우한 폐렴은 이제 팬데믹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감염병 확산 3단계는 국내 전파, 국가 간 전파, 대륙 간 전파로 나뉘는데 우한 폐렴은 이제 대륙 간 전파까지 이뤄졌다는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는 214개국 이상에서 감염자가 나왔고 1만8500명의 사망자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자가 77% 비슷한 걸로 밝혀진 사스(SARS)는 2002~2003년 전 세계 37개국에서 8000여명을 감염시켰고 774명이 사망했다. 김 교수는 “아메리카 대륙이 뚫렸으니 유럽 등 다른 대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발생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대유행 위기감이 고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초국가적 전염병 사태에 적용하는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 선포 여부를 논의했다. PHEIC는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야생형 폴리오 및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5년 지카바이러스감염증, 2018년 키부 에볼라 등 5차례 선포됐다.

김 교수는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질병 예방·감시, 제어 대책에 대한 국가 간 공조가 강화된다. 강제력은 없지만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추가 감염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한에서 오는 중국인이나 우리 국민은 물론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국민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검역과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감시와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슈퍼 전파자(super spreader)’ 차단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슈퍼 전파자는 1명의 확진자가 4명 이상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2015년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도 1명의 감염자가 4개 병원을 전전하며 1000명 넘는 밀접 접촉자를 발생시켰고 다수의 사망자가 나왔다. 김 교수는 “슈퍼 전파자의 경우 기침을 통해 더 많은 바이러스를 내뿜는데, 의료진이 보호장구 없이 접근하다간 무방비로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현재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자신의 면역력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60세 이상 고령이거나 당뇨병·암 등 만성질환자, 면역억제약 사용자 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중국인 사망자 9명도 대부분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자들이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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