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래서야 살아있는 권력 제대로 수사하겠나

국민일보

[사설] 이래서야 살아있는 권력 제대로 수사하겠나

청와대·조국 관련 수사 지휘하던 검찰 중간간부들 지방으로 좌천, 수사 국민이 지켜보고 있어

입력 2020-01-24 04:01
검찰의 중간간부인 차장 및 부장검사 등에 대한 인사가 23일 발표됐다. 지난 8일 검사장급에 이은 두 번째 검찰 인사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청와대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수사 담당 라인에 어떤 변화가 있느냐였다. 결론은 지휘 계통의 전면적인 교체였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 지휘 라인에 있던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평택과 천안지청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우리들병원 대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던 1차장도 지방 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의 핵심 차장들이 지방 지청장으로 가는 것은 유례없는 일로, 좌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유임 의견을 밝혔던 대검 중간간부들도 대거 교체됐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사는 여권에 부담이 되던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검사장들을 대폭 물갈이했던 지난 8일 인사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윤 총장의 이전 인사의 문제를 바로잡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검찰 내부에선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두 차례 검찰 인사를 거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의지가 약화하거나 수사 자체가 표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권력 실세에 대해서도 성역을 두지 않고 수사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의미하며, 이는 검찰 개혁이 지향해 나아가야 할 대의명분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도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강조했던 덕목이다. 그런데 그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지휘 라인을 바꾸고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수사를 하지 말라거나 형편을 봐가며 살살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상가에서 조 전 장관 사건 처리와 관련해 검찰 상사에게 항의했던 대검 선임연구관이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차질 없이 이어가는 것은 검찰의 손에 달렸다. 선거개입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부장검사와 실무진이 유임된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법무부 발표대로 기존 수사 및 공판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도록 했다고 하니 소신을 갖고 엄정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기 바란다. 검찰이 법과 양심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하는지 여부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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