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공관위 출범, 4년 전 답습해선 가망없어

국민일보

[사설] 한국당 공관위 출범, 4년 전 답습해선 가망없어

입력 2020-01-24 04:05
보수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23일 공식 출범했다. 4·15 총선에 나설 후보를 결정하는 기구다. 여기서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4년 농사의 결과가 달려 있다. 한국당이 공천 과정에서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인다면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공관위 책임이 막중하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비롯한 8명의 공관위원 구성을 보면 4년 전 보수의 궤멸을 자초한 ‘진박 감별’ 같은 과오를 반면교사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8명 중 6명이 외부 인사다. 그리고 두 명의 당내 인사 가운데 한 명도 한국당 해체를 주장하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비당권파 김세연 의원이다. 이보다 더 특징적인 건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 출신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구성된 한국당 공관위가 공천권을 얼마나 독립적으로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 정도면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천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황교안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현역 50% 교체 및 20~40대 젊은 정치인 30% 공천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실천에 옮긴다면 역대 어느 정당도 하지 못한 대규모 물갈이임에 틀림없다. 바꿔 말하면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약속이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읍참마속하는 공관위의 자세가 절실하다.

현역 의원 불출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은 정종섭 의원이 유일하다. 어느 곳보다 한국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데 금배지를 선뜻 포기할 의원은 드물다. 공천 경쟁도 이곳에서 가장 치열할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 만큼 대구·경북에서 공천 혁명을 이뤄, 이 분위기를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한국당의 높은 총선 승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당 총선 성적은 대구·경북 공천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공천은 의원들의 정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여서 잡음이 없을 수 없다. 잡음을 최소화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고 지키는 일이다. 공관위에 공천 업무를 맡긴 이상 당 지도부는 간섭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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