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축구’ 김학범호, 다음 목표는 ‘어게인 2012’

국민일보

‘만화 축구’ 김학범호, 다음 목표는 ‘어게인 2012’

이름값 대신 조직력… U-23 대표팀 올림픽 9회 연속 본선행

입력 2020-01-24 04:05
1-0으로 앞선 후반 30분 추가골을 넣은 이동경(등번호 10번)을 동료들이 얼싸안으며 축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제 올림픽에서 사고 한 번 쳐 보자.”

올림픽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금자탑은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두드러진 스타 없이 내놓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특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획득으로 자신감이 충만해진 젊은 세대가 명장 김학범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경기를 치를수록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특징이다. 이들의 분위기를 살리고 23세 이상의 와일드카드 3명만 잘 선정하면 2012 런던올림픽에 이은 올림픽 메달권 입상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우선 백승호(다름슈타트)·이승우(신트트라위던)·이강인(발렌시아) 같은 유럽파 스타플레이어를 수혈하지 못한 채 대회에 나섰다. 주전 선수들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제외하곤 거의 국내파로 구성됐다. 국내프로 2부리거들도 상당수였다. 예선부터 전년도 챔피언 우즈베키스탄, 난적 이란과 한조로 구성된 점도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김 감독은 원석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다양한 전술을 통해 무패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매 경기마다 선발을 달리 하면서도 조규성(안양) 오세훈(상주) 이동경(울산) 김대원(대구) 엄원상(광주) 등이 돌아가면서 맹활약해 상대팀의 전력분석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이 2018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기량면에서 회의적이었던 황의조(보르도)를 스타로 만들 때보다 선수 잠재력을 더욱 잘 살리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김학범(오른쪽)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4강전에서 후반 41분 교체 돼 들어오는 선제골의 주인공 김대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목표는 ‘어게인 2012’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 지휘하고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등 황금세대가 주축을 이룬 올림픽 대표팀은 사상 첫 동메달을 차지했다.

사실 아시아에서는 호랑이지만 한국은 올림픽 남자축구에서 변방에 머물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와 외신을 종합하면 올림픽 남자축구에서 동메달을 1개 이상 따낸 나라는 31개국이다. 한국은 이중 공동 27위에 해당한다. 메달 하나 따기가 지난한 역사였다.

하지만 조직력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김학범호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대회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높아졌다. U-20 월드컵 준우승 골든볼 수상자인 이강인이 합류하고 부족한 포지션을 채울 와일드카드만 제대로 뽑는다면 2012년의 영광 재연 혹은 그 이상도 노려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올림픽은 출전 가능 연령을 23세 이하로 제한(와일드카드 3명 제외)해 전성기 이전의 프로, 혹은 아마추어가 출전하는 대회다. 그 덕에 아프리카·북중미 국가에도 우승 기회가 돌아갔다. 메달 획득이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홍 전무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감독과 지금의 대표팀 선수들이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파가 합류하면 올림픽 입상권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