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영수회담’ 제안한 황교안… 총선 ‘대결구도’ 부각 의도

국민일보

거듭 ‘영수회담’ 제안한 황교안… 총선 ‘대결구도’ 부각 의도

여권 ‘국면 전환용 아니냐’ 의심

입력 2020-01-23 17:36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틀 연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황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황 대표는 여야 정당 대표들과 함께 만나는 대신 일대일 단독 회담을 하자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황 대표의 이번 독대 요청은 국론 통합과 경제 문제 논의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83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문 대통령과 일대일로 각을 세우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의 영수회담 개최 제안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청와대가 물어왔다”며 “당연히 경제·민생부터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날 황 대표의 단독 회담 제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런 안을 제시해 오면 내용을 검토한 뒤 야당과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답변이었다. 황 대표는 “부동산, 일자리, 자영업자 등 국민의 먹고사는 민생 문제, 경제위기 대처, 미래 먹거리, 재정 건전성 등 나라 경제에 대한 의제들에 대해 먼저 논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답을 기다린다”고 했다.

황 대표의 단독 회동 요청은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일대일로 맞서 논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보수층뿐 아니라 무당층 표심을 공략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여겨진다. 황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공학적 통합이 아닌 대한민국의 승리를 위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히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을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황 대표 입장에서 단독 회동은 총선 표심뿐 아니라 야당 대표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무기력하게 밀리기만 했던 황 대표로선 문 대통령과 맞서는 강한 정치인 이미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황 대표는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소속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한 바로 다음날에도 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황 대표의 회담 제의에 대해 “대화에 열려 있다. 다만 진정성 있게 민생과 국정을 돌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일대일 회담은 2018년 4월 13일 당시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의 회동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6월 황 대표 제안을 일부 수용해 다른 정당 대표들과 함께 회동한 뒤 일대일 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황 대표가 거절했다.

여권에선 지지부진한 보수통합 논의에다 당 지지율 답보 상태를 겪는 황 대표가 국면 전환을 위해 회담을 제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제1야당 대표의 제안을 곧장 거절하기는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민주당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안팎으로 갑갑하니까 탈출구를 만들려고 영수회담을 다시 제안한 것 아니냐”며 “하지만 청와대로선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으니 단박에 잘라버리지 않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신재희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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