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우정 (9) 열악한 의료환경에도 모든 것 채워주시는 하나님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김우정 (9) 열악한 의료환경에도 모든 것 채워주시는 하나님

외과용 대신 치과용 드릴로 두개골 뚫고 국소마취로 고통 없이 팔 절단 수술 무사히 하게 돼

입력 2020-01-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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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론병원 의료선교사들이 오전에 큐티(QT)를 하고 있다. 헤브론병원 제공

의료환경이 미흡한 선교지에선 여호와 이레 하나님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하나님은 우리가 두개골 뚫을 외과용 드릴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치과용 드릴을 준비해 주셨다. 마취 의사가 없으니까 환자를 성령의 임재 가운데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셨다.

어느날 23세쯤 되는 청년이 병원을 찾았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만성중이염 같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선 만성중이염 환자가 많다. 고막이 다 녹아 물처럼 흐른다. 이들에게는 인공고막 성형수술을 한다. 귀 뒤쪽 피부 안에는 얇은 근막이 있는데 근막을 떼서 고막 자리에 이식해준다. 작은 수술은 아니다. 서너 시간 걸리고 수술 후에도 1주일 동안 꼬박 누워 있어야 한다.

청년을 수술하기로 하고 수술 현미경으로 귓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황이 복잡했다. 고막 성형 수술로는 치료가 어려웠다. 만성 중이염이 오래되면 진주종이라는 혹이 자란다. 암은 아니지만 이 혹이 커지면 두개골 뼈를 파괴하고 더 커지면 뇌로 들어간다. 그때는 생명을 잃는다. 암은 아니지만 암에 준하는 위험한 혹인 것이다.

이 청년에게 진주종이 자라고 있었다. 따라서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 진주종을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단기 의료선교로 방문한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두개골을 뚫는 드릴을 안 가져왔다고 했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했지만 드릴이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는 청년에게 6개월 후에 보자고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날 저녁 복도에서 의료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청년 이야기를 했다. 말은 6개월 후에 보자고 했지만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두개골을 뚫는 드릴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이를 마침 지나가던 의료봉사팀원이 들었다. 호주에서 온 치과기공사였다. 그는 “드릴이라면 무슨 드릴이 필요하세요? 치과용 드릴은 있는데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끌고 가던 여행용 가방에서 드릴을 꺼냈다.

문제는 드릴 심이 없었다. 난처해하고 있는데 한 의료진이 오늘 낮 병원에서 그 드릴에 맞을 것 같은 심을 봤다고 했다. 찾아다 꽂으니 딱 맞았다. 할렐루야.

두개골을 뚫으려면 드릴 강도가 세야 하는데 이 드릴의 용도가 금속을 뚫는 거였다. 강도는 엄청났다. 기공사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고 우리는 그것을 소독하고 청년에게 수술하자고 알렸다. 그 다음 날 진행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한 번은 팔을 절단하기 위해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그날따라 마취 의사가 없었다. 환자는 21세 남자 청년으로 팔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6개월 전 상처가 생겼는데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어깨까지 썩고 있었다. 당장 절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웠다. 할 수 없이 국소마취를 하고 팔을 절단하기로 했다. 몸을 침대에 꽁꽁 묶고 온누리의료봉사팀장인 정형외과 의사가 수술에 들어갔다. 청년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찌나 소리가 크든지 병원이 떠나갈 것 같았다. 듣다못한 나는 수술실에 좇아 들어갔다. 일단 정맥마취 주사를 보조로 투여했다. 효과는 1~2분밖에 안갔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수술했다.

수술 후 나중에 이 청년이 간증했다. 청년은 그렇게 악을 쓰면서 비명을 지른 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수술 중에 누군가 자기를 꼭 안아줬다며 그 품속에서 너무 편안했다고 말했다. 육체는 고통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그의 영혼은 하나님이 붙들어 주신 거였다. 캄보디아 복음화율은 2% 정도 된다. 불교가 90%, 이슬람교가 5%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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