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상센터, 자립기반 마련이 우선이다

국민일보

[시론] 외상센터, 자립기반 마련이 우선이다

한호성 국군수도병원장 (서울대 의대 교수)

입력 2020-01-28 04:02

최근 외상센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의료는 일반적인 의료와 외상치료로 크게 나눌 수 있겠다. 일반 의료는 우리가 갑자기 아팠을때 혹은 질병이 생겼을때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기도 하고 입원 치료를 받기도 하며 또 필요에 따라 수술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인 의료는 응급상황일 수도 있고 혹은 치료를 받을 때까지의 시간이 그리 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외상은 아주 신속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절대절명의 의료 영역이다. 인간에게 질병의 발생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만성 질병, 암, 신경질환, 심혈관 질환 등의 발생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범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 교통사고, 추락 사고, 다발성 골절, 총상 등에 의한 다량 출혈, 호흡 곤란 등 생명을 위협받는 외상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대부분의 국민이 이러한 불행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면 건강한 사회의 기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자기의 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외상 의료 시스템을 잘 갖추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전국에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해 시설 및 의료 인력에 대해 지원을 하며 잘 운영되도록 지도 감독하고 있다.

최근에 모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일은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한 인력 지원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거나 환자 입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병실의 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외상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닥터헬기의 운행에 있어서 병원과 외상센터 간의 갈등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정부가 시설이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법으로는 외상센터가 스스로 자립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건비만을 볼때에도 병원 측에서 생각하는 인건비의 사용이 외상센터 의료진에서 보는 방향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언제 어떻게 중단될 지도 모르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보다는 외상센터 스스로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병원 측에서도 재정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외상센터를 키우고 확장하는데 스스로 앞장설 것이다. 또 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인력에 대한 처우도 좋아질 것이고, 환자 침상수 같은 자원의 활용에 있어서도 외상센터를 우선하는 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외상센터의 처우가 안 좋다보니 인력의 확보도 어렵고 또 그나마 일하는 인력들도 의욕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형국이 연속되고 있는 것이다.

외상센터의 자립을 위해서는 외상에 대한 의료수가가 다른 의료행위와는 구분돼야 한다. 환자가 넘쳐나는 대형병원의 일반의료 영역과는 달리 외상센터에서는 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의료진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긴장하면서 대기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에서 외상센터의 시술과 진료가 일반 진료비와 연계되어 수가가 책정된다면 이는 분명코 외상센터의 재정적인 자립과는 거리가 멀고 현재와 같이 병원내의 천덕꾸러기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상학회에 따르면 외상외과의사가 되려고 하는 의사 수가 1년에 손가락 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정부는 암환자의 진료에 대해서는 개인이 병원비의 5%만을 부담토록 해 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외상 의료체제에 대하여 좀 더 비중있게 다루어야 할 때가 되었다. 외상이 만약 민간영역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된다면 공공의료영역에 일정부분 역할을 맡기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군수도병원이 머지 않아 개소하고자 하는 외상센터도 장병들뿐만 아니라 민간인 외상환자도 치료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외상을 전문하겠다고 하는 의료진은 특별한 사명감이나 소명의식을 갖고 시작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환자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이 힘든 일을 해내기가 어렵다. 밤이고 낮이고 자기의 인생을 모두 희생하고 오직 환자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이 사람들을 더 이상 구박받고 내몰리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좋은 방향을 같이 모색하면 좋겠다.

한호성 국군수도병원장 (서울대 의대 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