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과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과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입력 2020-02-03 04:01

선거 개입이라는 엄청난 비리 저지른 청와대 참모들
권력에 취한 듯 사과는커녕 검찰 비난에 몰두하고 있어
법적 판결도 낙관하는 듯
윤석열 검찰, 지금처럼 ‘법불아귀’ 정신으로 청와대 수사에 만전 기해야


윤석열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포함해 13명을 무더기 기소한 지난달 29일 청와대는 조용했다. 후보자 매수, 하명 수사, 공약 협조 등 검찰 기소 내용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부정선거의 진원지라는 엄청난 사안인데도, 청와대는 잠잠했다. 청와대가 그동안 애용해온 ‘검찰 개혁에 반발한 일탈’이라는 반박도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 조치에 대해 사사건건 공격하거나 비난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사실 종전까지의 청와대 반응이 비정상이었다. 국정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검찰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모양새 자체가 정상이 아니었다. 청와대에 대한 검찰의 역공 또한 부적절했다. 그 결과 청와대와 검찰이 거의 동격이 돼버린 느낌을 주었다. 청와대의 격이 검찰 수준으로 떨어진 것인지, 검찰의 격이 청와대 수준으로 올라간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청와대가 손해 본 건 분명하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의미다.

무더기 기소에 대한 청와대의 침묵이 옳다는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의 오랜 벗을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참모들이 두루 공작에 가담했다는 기소 내용은 매우 엄중하다. 재판 절차가 남아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이 정도면 문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 게 온당한 것 같은데, 일언반구 없다.

대신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윤 총장과 검찰 비난에 나섰다.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지휘하던 이들이 좌천된 뒤에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마치 피해자라도 되는 양 “윤 총장과 일부 검사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획수사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현직 울산시장도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검찰의 왜곡된 짜 맞추기 수사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청와대 관련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억설(臆說)이다. 예전에도 그랬듯, 이들도 사과나 반성은 없다.

여하튼 여권은 검찰의 기소라는 큰 산을 넘었다. 여권의 강도 높은 수사 방해 때문인지 청와대의 선거 개입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구속자는 없다. 또 윤 총장은 4·15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청와대 관련 수사를 캐비닛에 넣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기에다 청와대를 수사한 지휘부와 중간 간부들이 모두 한직으로 물러난 상태여서 공소 유지에 허점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구체화해 나가면 수사팀이 받는 압박은 점점 커질 것이다. 사법부는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래저래 여권으로선 법적 판결을 비교적 낙관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게 정의이고, 공정이고, 평등인가.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검찰 특수부 인력을 대거 늘려 보수 정권 인사들을 이 잡듯 뒤져 언론 플레이와 망신주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고,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잇따랐다. 2명의 전직 대통령 구속 등 적폐 청산 작업이 2년쯤 지나자 현 정부의 신적폐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은 조국 일가 비리 그리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전 정권 인사들을 단죄할 때 적용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를 똑같이 들이댈 수 있는 사안들이 적지 않다. ‘인사 학살’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인사들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매번 자신들의 비위는 ‘무죄’라고 단언한다. 자신들에겐 ‘불법이나 비리 DNA’가 없다는 궤변도 등장한다.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청와대는 압수수색을 거부한다. 검찰의 소환 통보 날짜를 임의대로 미루고, 공수처를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여기는 속내까지 표출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헌법 제11조)는데, 문재인정부 실세들은 예외인 듯하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에 ‘법 위에 있는 특권층’이 생기는 건 아닌지, 법치 무시 행태가 사회 곳곳으로 번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자주 사용한 사자성어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귀인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다. 윤석열 검찰은 지금까지 이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여권은 친정부 인사들의 기소를 차단하려 했으나, 윤 총장과 수사팀은 기소를 결정했다. 앞으로도 공동체 이익을 위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파헤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범죄를 소탕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과연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요즘이다.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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