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검찰 개혁 얘기 이제 그만하라

국민일보

[신종수 칼럼] 검찰 개혁 얘기 이제 그만하라

입력 2020-02-05 04:01

공수처 설치·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인사까지 다 해
검찰 수사도 조국 사태부터 지금까지 충분히 할 만큼 해
검찰 개혁은 법무 행정에, 청와대 사건은 재판에 맡겨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가 국면을 바꿔 놓았다. 조국 사태 이후 검찰 개혁과 검찰의 현 정권 수사로 대립했던 정국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온통 신종 코로나 소식뿐이다. 이런 판국에 검찰 개혁이니 검찰 수사니 하는 얘기를 하면 많은 국민들이 짜증을 낼 것 같은 분위기다. 바야흐로 정파와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대립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겨울이 가고 입춘이 온 것처럼.

조국 사태 이후 5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과 분열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궂은 일에도 좋은 구석은 있게 마련인 모양이다. 지난 5개월 동안 청와대와 검찰이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평소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들이 이뤄졌다. 과연 될까 싶었던 검찰 개혁 입법이 마무리 되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된 점이다. 청와대가 검찰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검찰이 강도 높게 청와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상승 효과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 다수의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현 정부의 정치력과 추진력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검찰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여권 내부 결속이 강화된 결과로 봐야 한다. 무수한 논쟁과 협상이 필요해 보였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이 원안과 별 차이 없이 통과된 점이 이를 말해준다. 검찰의 청와대 수사는 또 어떤가. 정권 임기 말도 아니고 중반에 이렇게 검찰이 대대적으로 청와대를 수사한 적이 없다. 사실 대통령만 빼고 싸그리 다 조사했다. 조국 사태로 갈등이 증폭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성과라면 성과다. 그래서 때로는 부딪칠 것은 부딪치고 곪은 것은 터져야 할 필요가 있나 보다.

하지만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겠다. 우선 청와대부터 검찰 개혁 얘기를 그만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1호인 검찰 개혁 관련 입법도 해냈다. 청와대 수사를 견제하고 윤석열 총장을 고립시키기 위해 검사장과 중간 간부에 대한 좌천 인사도 마음대로 했다. 더 이상 청와대가 나설 일이 없다. 검찰 개혁 후속 작업을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해당 부처에서 조용히 하면 될 일이다. 검찰 개혁을 계속 외치는 것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구호나 다름없고 우리 사회 갈등과 대립을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이제 매듭을 짓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사태 와중에 “검찰은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다”며 검찰 개혁을 강조한 것이 검찰 개혁과 관련한 마지막 발언이기를 바란다. 일상적인 법무 행정 체계 속에서 추진하면 될 일을 자꾸 쟁점화하고 의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가 계속 검찰 개혁을 외치면 윤 총장에 대한 정치 탄압으로 비쳐져 문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고 윤 총장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다.

검찰은 조국에 이어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 등 13명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 1월 안에 마무리 지은 윤 총장의 판단은 평가할 만하다. 어떻게 보면 검찰이 먼저 휴전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검찰이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과 반발, 오기로 청와대 수사를 했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이렇게 대차게 수사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검찰로서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

일각에서는 총선 후 수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뭐든지 시기가 있고 타이밍이 있는 법이다. 그동안 원없이 수사를 했는데 총선 후에 무엇을 또 새롭게 끄집어내 수사한다는 말인가. 하려면 차라리 지금 마저 다 하는 게 낫다. 총선 이후에 하는 것은 총선 결과를 보고 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정치적이다. 사실 검찰 수사는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탈탈 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할 대상이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서초동 주변 변호사들은 조국 사태 이후 검찰이 청와대 수사에 집중하고 다른 수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일반 형사 사건이나 기업 사건 일거리가 대폭 줄었다고 한다.

청와대와 검찰이 싸움을 멈추더라도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공방을 벌일 것이다. 야당은 청와대 선거 개입과 하명 수사 의혹 등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여당은 검찰 개혁 완성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내의 공방으로 가둬 두는 게 좋다. 청와대와 검찰이 나설 필요가 없다. 검찰 개혁 문제 등은 더 이상 국민적 관심사도 아니다. 신종 코로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와 민생, 북핵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수두룩하다. 검찰 개혁은 법무 행정에, 청와대 사건은 재판에 맡기고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로 돌아갈 때다.

신종수 논설위원 jsshin@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