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길이 막힐 땐 분별하는 지혜로 ‘돌아가는 길’도 찾아보세요”

국민일보

[갓플렉스] “길이 막힐 땐 분별하는 지혜로 ‘돌아가는 길’도 찾아보세요”

<5> ‘나눔의 철인’ 가수 션

입력 2020-02-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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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션(왼쪽)과 배우 정혜영 부부가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대한민국 1도 올리기’ 캠페인에 참여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션 제공

완벽해서 나누는 게 아니었다. 가진 게 많아서 나누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시대 ‘나눔의 철인’ 가수 션(48)은 “나의 왼손을 잡아주신 주님의 은혜에 답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나의 오른손을 이웃을 향해 내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션은 연탄은행에서만 114번째 봉사를 해왔고, 440억원 모금 활동에 동참해 국내 최초 장애아동 재활전문병원을 설립하는 데 힘을 보탰다. 컴패션을 통해 세계의 아이들을 후원하면서 또다시 루게릭환자 요양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발톱이 빠지도록 달리고 있다.

서리집사인 션은 젊은 벗들에게 “삶의 우선순위를 하나님께 두고 먼저 할 일을 정리해 보라”고 조언했다. 뚝심을 유지하되 막힐 땐 우회로를 간구하는 기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누션 활동이 막혔던 10년 동안 소중한 가정을 이루고 나눔에 매진한 자신의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랐다.

국민일보 청년응원 프로젝트 갓플렉스(God Flex)의 다섯 번째 인터뷰이인 션을 지난 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 철인 3종 경기와 마라톤을 합쳐 총 24회 완주 기록을 가진 션은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이날도 자전거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연탄은행에서 ‘대한민국 1도 올리기’로 명명된 봉사활동을 팬들과 함께하며 지난해만 31회, 누적으로 총 114회를 넘겼다. 연탄과 무슨 인연이 있나.

“특별한 건 없고, 국민일보 기사가 계기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경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아 연탄 나눔이 쉽지 않다던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의 인터뷰였다. 연탄을 쓰는 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데, 누군가는 앞장서서 알려야 모금도 되고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이라도 더 따듯한 겨울을 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당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맨즈헬스’에서 ‘어반 애슬론’ 대회를 열었다. 8㎞ 도심을 달리며 계단과 절벽 등 장애물을 뛰어넘는 경기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1m당 연탄 1장씩 기부할 계획이라고 알렸더니 팬들이 함께해 주셨다. 나의 8000장과 팬들의 8000장을 합쳐 총 1만6000장을 그해 10월 연탄은행에 기부하고 이웃들에게 직접 나눴다. 그게 시작이고 올해로 6년째 크든 작든 연탄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달리기 경기에 출전한 션의 모습. 션 제공

-철인 3종 경기는 언제 시작한 건가.

“2011년 여섯 가지 희소병으로 태어난 은총이 가족을 알게 됐는데 은총 아빠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에 도전하고 있었다. 내가 은총이 가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하다가 물질적 도움은 가장 쉬운 방법이고 옆에서 함께 달리는 게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은총 아빠는 은총이를 휠체어에 태워 뛰니 저도 두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비슷한 조건에서 나란히 뛰었다. 그걸 계기로 2012년 첫 완주를 했고, 지금은 대회에 나가면 상위 1% 안에 든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 달리기 붐이 있어 ‘미라클 365’라는 플랫폼으로 기부 마라톤을 계속하고 있다.”

-왜 나눔 활동에 매진하는가.

“앞서 140자 제한 트위터에 이유를 쓴 적이 있다. 기도문처럼 외우고 있다. ‘완벽해서 나누는 게 아닙니다. 완벽하려고 나누는 것도 아닙니다. 부족하고 자격 없는 저 같은 사람을 자녀로 삼아 주신 하나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자녀로서 자녀다운 삶을 살기 위해 나누며 살아갑니다. 가진 게 많아서 나누는 게 아닙니다. 더 많이 얻고자 나누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의 빚진 자 됐기에 그래서 나누며 살아갑니다.’ 하나님 자녀 된 은혜와 예수님 십자가 사랑 때문이다.”

-마음에 간직한 성경 말씀이 있다면.

“2004년 션·정혜영 결혼식 때 한홍 목사님이 설교해 주셨다. 요한1서 4장 7~8절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는 말씀이었다. 세상에 본이 돼야 할 크리스천이 스스로 받은 무한한 사랑을 주변에 흘려보낸다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 우리 부부도 처음에는 나눔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었다. 결혼식 다음 날 너무 감사해서 죽는 날까지 하루 1만원씩은 꼭 나누자는 결심을 했고, 매년 결혼기념일에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아 1년치 365만원씩 15년간 기부해 왔다. 시작은 단순했는데 이후 여러 활동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했다기보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젊은 벗들에게 해줄 말씀은.

“만나서 눈빛을 교환하며 이야기하면 더 좋은데 지면으로는 압축된 이야기로 전달될 것 같아 걱정이다. 우선 뚝심을 강조하고 싶다. 너무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고 본다. 국내 첫 장애아동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북쪽에 실제로 세워지기까지 숱한 난관이 있었다. 나눔 활동을 하다 보면 힘들어서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순간마다 기쁨으로 일한 게 도움이 됐다. 현재 루게릭환자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캠페인도 기쁜 맘으로 준비하고 있다. 물론 길이 열리지 않을 때 분별하는 지혜로 우회로를 찾아보며 기도로 간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2004년 지누션 4집을 내고 5집을 위해 녹음까지 진행했지만, 여러 이유로 앨범이 나오지 못하고 이후 10년간 가수의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가수의 길에만 집착했다면 지금의 2남2녀 가정과 여러 나눔 활동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의 울림에 집중하고 그걸 하나님 음성으로 받아들이면서 움직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년 계획이 궁금하다.

“연탄 봉사를 비롯한 나눔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청년들과 기부를 하면서 달리기도 하는 이벤트를 지속할 것이다. 맨즈헬스 표지 모델에도 다시 도전하고 싶다. 제가 40대 나이에 운동 잡지의 표지 모델을 두 번 했다. 50대가 되기 전에 세 번째 표지에 오른 40대 모델이란 기록을 세우고 싶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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