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늑대처럼 무리 지어 세상 항해하라

국민일보

여성들이여, 늑대처럼 무리 지어 세상 항해하라

[책과 길]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 애비 웜백 지음, 이민경 옮김, 다산북스, 152쪽, 1만4000원

입력 2020-02-13 19:52
미국 축구스타 애비 웜백이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제목이 무슨 뜻인지 가늠하려면 동화 ‘빨간 모자’ 이야기부터 꺼내야 한다. 빨간 모자를 쓴 소녀는 심부름하러 집을 나서는데,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길에서 벗어나지 마라”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마라” “고개를 숙여라”…. 하지만 소녀는 호기심 탓에 예정된 길에서 벗어나게 되고 늑대를 마주한다. 이 동화의 교훈은 간단하다. 규칙을 따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의 저자인 애비 웜백(40)은 ‘빨간 모자’의 가르침은 잘못됐다고 쏘아붙인다. 그에게 ‘빨간 모자’는 여성이 남성의 세계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긴 ‘나쁜 이야기’다. 웜백은 “우리는 한 번도 빨간 모자였던 적이 없다.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고 강조한다.


뻔한 주장처럼 들리지만 웜백이 누구인지 알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는 과거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주인공이었다. 대표팀에선 주장을 맡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었다. 2015년 은퇴한 그는 ‘울프팩 인디버(Wolfpack Endeavor)’라는 단체를 만들어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책에는 여성들을 향한 짧지만 강렬한 8개의 문구가 담겨 있다. ①당신은 언제나 늑대였다. ②감사하라, 그리고 야망을 가져라. ③벤치에서 리드하라. ④실패를 연료로 삼아라. ⑤서로를 챔피언으로 만들어라. ⑥공을 요구하라. ⑦덤벼라. ⑧당신의 무리를 찾아라.

①~⑧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문구는 아마도 ‘당신의 무리를 찾아라’는 ⑧번일 듯싶다. 웜백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나의 늑대 무리는 내 축구팀이었다”며 “이제 내 팀의 멤버는 세계 모든 곳에 사는 모든 여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축구팀 주장일 때처럼 강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우리는 늑대입니다. 마법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힘은 우리 사이에 있습니다. 그 힘을 드러내고 결속합시다. 이 계곡에 돌풍을 일으키고, 게임을 영원히 바꾸어 놓읍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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