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예배자의 자세

국민일보

[기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예배자의 자세

입력 2020-02-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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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교회도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21번째 확진자가 6번 확진자와 함께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명륜교회는 예배당을 폐쇄하고 각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영상을 통해 예배를 드리도록 했다.

예배나 설교를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교회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질문 하나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드리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예배를 포기할 순 없으니 반드시 교회에 나가서 예배드리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이다.

기독교가 로마에 처음 들어가 핍박과 박해를 받고 있을 무렵 염병이라는 전염병이 돈 적이 있다. 당시 로마 시내는 죽어 널브러진 시신들로 가득 찼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시체에 손을 대자마자 전염돼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한밤중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시체가 모두 치워져 로마 시내가 다시 깨끗해졌다. 그들은 로마 정부의 핍박을 피해 카타콤으로 숨어 들어갔던 기독교인들이었다. 이 사건으로 기독교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이는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한다.

이상한 것은 시신을 수습한 성도 중 단 한 사람도 염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나님을 신뢰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기적적인 손이 그들로 하여금 전염되지 않도록 함께하셨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기독교인들도 생사화복을 하나님의 손에 맡긴 채 환자들을 돌보며 교회에서 드리는 주일예배도 결코 양보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반대할 의사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교회가 반드시 건물로 된 장소여야만 하는가’라는 점이다.

원래 교회란 헬라어로 에클레시아(ecclesia)다. 이는 ‘에크(ek)+칼레오(caleo, ~로부터 부름 받다)’의 명사형인데 그 의미는 ‘세상으로부터 구별되게 부름 받은 이들의 모임’이다. 교회는 장소가 아닌 ‘신앙고백을 한 무리들과 그들의 모임’을 뜻한다.

예배당이라는 건물보다 ‘그리스도를 신앙 고백하는 성도들’이 교회가 지닌 진정한 의미에 가깝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건물에서의 예배만을 억지로 고집하다 감염자가 늘어나고 사망자까지 생겨난다면 본질에 무관하게 하나님의 영광은 추락되고 교회를 향한 세인들의 조롱과 비난은 심화하고 말 것이다.

물론 가정에서 편하게 예배를 드리다가 신앙의 자세가 해이해지거나 게을러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가정에서든 예배당에서든 그리스도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 돌아보고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일은 우리 신앙생활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러므로 피차 권면하고 서로 덕을 세우기를 너희가 하는 것같이 하라.”(살전 5:11)

신앙의 순수성과 열정도 필요하지만, 교회에 덕을 세움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알고 융통성 있고 탄력성 있는 신앙의 자세로 판단하고 결정함이 지혜임을 기억하자.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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