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자격

국민일보

[시가 있는 휴일] 자격

입력 2020-02-13 20:54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만큼도 나를 알지 못하는

당신들이 내 뒤에서 하는 말을 들었다
당신들에게 내가 하고픈 말이 있다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좀도둑도 살인자를 고발할 수 있고
살인자도 살인자를 고발할 수 있어

최영미 ‘돼지들에게’ 중

별것 아닌 작품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저 시가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시인의 이름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최영미는 2018년 문단 기득권층의 성폭력을 폭로하면서 문학계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작가다.
최근 그는 2005년 발표한 시집 ‘돼지들에게’(사진)의 개정증보판을 내놓았는데, 여기엔 초판에는 담기지 않은 신작 3편이 실려 있다. ‘자격’도 신작 중 하나다. 덧붙이자면, 신작 중에선 그 뜻을 짐작하기 힘든 ‘ㅊ’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시도 있다. “여기에 ‘ㅊ’으로 시작하는 제목의 시가 있었다. 그 시의 내용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되어 시집에서 빼기로 했다. 여기 그 흔적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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