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는 잊었나

국민일보

[뉴스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는 잊었나

모규엽 사회부 차장

입력 2020-02-17 04:03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12일 한국과 관련된 중요한 보도자료를 냈다.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 처리대책 전문가 소위원회가 10일 일본 정부에 오염수 처리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약 120만t에 달하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말 열린 전문가 소위원회에서 오염수 처리 방법으로 제시된 해양 및 대기 방출 가운데 해양 방출 쪽을 더 확실하게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는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이후로 가닥을 잡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바로 인접 국가인 한국으로선 치명적인 소식이다.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될 경우 방사능이 포함된 어류가 한반도로 넘어올 수 있는 등 큰 위협에 노출된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기준치에 맞게 재처리해 방류하면 해양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강변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는다.

또 그린피스에 따르면 오염수가 태평양에 방류되면 1년 만에 동해가 오염될 수 있다. 실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방류된 세슘 오염수는 동해로 유입됐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슘 농도가 높았고, 특히 2015년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렇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 국무조정실에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대응하고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지난해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와 관련한 공조를 요청했고, 지난해 11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제21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중국 정부와 함께 일본 측에 오염수 문제 해결을 공식 촉구한 것이 전부로 보인다. 또 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해양 및 환경 관련 국장급 협의’를 갖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비롯한 해양 폐기물 문제, 해양환경 보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그린피스와 환경단체가 정부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11월 정부에 오염수가 방류되면 언제쯤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지 질의했지만, 구체적인 수치 제시 없이 “그린피스가 오염수가 1년 이내에 동해로 들어온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그 정도까지 보고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일본 정부 내에선 한국 정부가 해양 방류를 용인했다는 식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 일본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은 지난 3일 도쿄에서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과 함께 외국 매체 특파원을 대상으로 오염수 현황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한국을 포함한 23개국 및 국제기구에서 총 28명이 참석했다. 향후 프로세스에 관한 질문이 나왔지만 유력한 안(해양 방류)으로 제시된 처분 방법에 대해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추진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자칫 코로나19와 같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모규엽 사회부 차장 hirte@kmib.co.kr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