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입력 2020-02-17 04:01

‘임미리 사태’는 집권세력의 오만과 교만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는 걸 보여줘
고발 과정 낱낱이 밝히고 강도 높은 조치 취하지 않으면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것
추미애 장관 폭주에 대한 피로감도 너무 큰 상태


이른바 ‘임미리 사태’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집권세력을 향해 오만과 교만, 독선을 멈추라는 경고가 수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들은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자신들의 잘못은 물론이고 범법 사실이 드러나도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 책임지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너희는 짖어라. 우리는 간다’ 식이었다. 임 교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고발 조치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임 교수의 성향을 굳이 따지자면 진보다. 하지만 문제가 된 그의 칼럼은 이념과는 무관하다. 이념보다는 상식에 부합한다. 상식이라는 잣대로 볼 때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세력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정도로 엉뚱한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깊은 고민의 흔적도 읽힌다. 오는 4월 총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니 여당으로선 아팠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칼럼을 빌미로 검찰 고발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는 건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난다고, 표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것 아닌가. 군사독재정권처럼 몰상식적이고 무도한 결정을 서슴없이 내렸다는 사실은 여권의 오만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임미리 사태’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번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국 일가 비리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거치면서 정신을 차릴 법도 한데, 이제는 쓴소리를 했다고 교수를 고발까지 하다니 더 이상 못 참겠다는 격분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조국 옹호와 압수수색 거부 등 상식과 동떨어진 청와대의 교만도 새삼 거론되고 있다. ‘이건 나라냐’는 비판이 더 거세질 조짐이다. 여기에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폭주에 대한 피로감도 매우 큰 상황이다. 검찰 인사 학살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수사·기소 분리 추진 등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 방해 행위들에 내심 ‘두고 보자’고 벼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내가 임미리다’ ‘나도 고발하라’는 대중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건 여당의 태도다. 당 지도부가 진솔하게 머리 숙여 임 교수와 국민들에게 사과했어야 했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문자메시지로 고발 철회 사실을 알리며 유감의 뜻을 밝힌 게 전부다. 문자메시지에 임 교수의 과거 이력 하나를 슬쩍 끼워 넣어 자신들의 행동이 전혀 그릇된 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이를 빌미로 일부 ‘문팬’은 임 교수 신상털기에 나섰다. 고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취하했으니까 그걸로 끝내자”고 했다. 이게 사과하는 자세인가.

이해찬 대표는 “몰랐다”는 반응이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는 속내일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대충 덮어질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오판이다. 획기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여진은 총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차적으로, 임 교수 고발 과정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이미 파악이 끝났을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악화되면 고발 결정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윤호중 사무총장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을 당직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론 흐름을 살피면서 취하는 늑장조치로는 성난 민심을 다독일 수 없다.

이참에 586세대를 물갈이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하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여권 내 586 심판론이 일었으나 지금은 잠잠하다. 오히려 586들이 21대 총선의 전면에 선 형국이다. 이인영, 윤호중, 홍익표 등등. 그들은 대한민국에 분열과 갈등이 일상화된 데 대한 책임이 적지 않다. ‘임미리 사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누릴 만큼 누렸다. 불출마를 선언한 586세대 이철희 의원 말마따나 정치멸종세대인 2030세대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가 됐다.

‘임미리 사태’로 ‘개돼지’란 표현이 더 유행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는 이렇다. “너무 괘념치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 보시죠, 회장님.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뭐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요즘도 여권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1당이 안 된다는 건 상상하지 못할 일”이라고 말한다.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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