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연장 어떻게 보아야 하나

국민일보

[시론] 고용연장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0-02-18 04:02

정부의 새해 업무보고 과정에서 정년 60세를 넘어선 고용연장 필요성을 대통령이 제기하는 바람에 한동안 잠잠하던 정년연장 문제가 다시 사회적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고용연장은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을 연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년 후 재고용 등 계속고용을 보장하는 방안도 포괄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노사 교섭 문제로 60세 이상으로의 고용연장 방안이 쟁점이 될 수도 있어 일단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재의 경직적인 연공상승형 임금제도를 먼저 직무와 능력에 따른 임금제도로 바꾸어야 논의가 가능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의 반발만이 아니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에서 오는 임금과 고용의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고, 청년들 일자리 기회를 더 축소할 수도 있어 면밀히 검토해 접근할 사안임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다가온 총선을 의식해 중년층 표심을 얻으려고 고용연장을 띄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중장년층에게 구애하고 청년들에게 버림받을지 모르는 계산법을 가지고 그렇게 했다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정책 책임자들이 다시 나서서 지금부터 논의해 2022년쯤 청년 취업난이 해소되면 본격적으로 도입을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 고용연장은 이번 총선이 아니라 다음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고용연장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몇 가지 전제조건과 전망에 대한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노동의 가치와 능력에 따른 임금체계가 안착하기 전에 정년연장을 또다시 추진하는 것은 경제 활력이나 사회정의상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정의를 거론한 이유는 3배가 넘는 1차 노동시장에서의 신입과 정년 직전 직원 사이의 연공임금 격차를 선진국 수준인 2배 이내로 줄이지 못한다면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된 상태에서 직장 안에서 생애기간 동안 누구나 누리는 공평한 보상이란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울러 고용연장은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고용이 연장된 직원들 임금 수준의 대폭 하향 조정과 짝을 이뤄 진행돼야 공정한 제도 개선이 된다. 지금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상당한 상황에서 정년연장 시 임금 조정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히 고령자들 임금 조정은 정년연장과 같이 진행돼야 할 사안이다.

청년 선호 일자리와 고령자들 일자리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주장은 합리적 대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용연장이 없더라도 현재도 우리의 60대 고용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굳이 제도를 고쳐 고용연장을 바란다는 것은 결국 좋은 직장에 다니는 중고령자들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런 직장에 들어가려는 청년 구직 대기자가 많으므로 결국 세대 간 경합 구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또한 2022년이 되면 노동시장 신규 진입 청년 인구가 대폭 줄어 고령자들 고용연장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전제는 너무 낙관적 분석이다. 기업들의 저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현재 수준의 고용 규모를 보장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로봇의 확산 추세로 빠르게 노동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사업장들로 변화되고 있다. 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더구나 평균적으로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그런 디지털 세상에서 생산적 존재로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마지막으로 냉철하게 봐야 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정년이 없거나 혹은 65세 이상으로 정해 놓았어도 실제로 60세 넘는 취업자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대부분 은퇴 생활을 하고 국가의 사회적 보호 제도에서 돌봄을 받는다. 60세 이상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체계를 종합적으로 설계하고 사회적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 세금, 연금, 임금이 각각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2022년 이전에 필요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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