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88명 또 확진됐는데… 日 “격리 잘했다” 자화자찬

국민일보

크루즈선 88명 또 확진됐는데… 日 “격리 잘했다” 자화자찬

언론도 “배 국적은 英” 거들어… 오늘부터 음성 판정 승객 하선

입력 2020-02-19 04:05
코로나19 감염자가 집단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정박한 부두에서 16일 감염자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구급차가 떠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8일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정박 격리 조치가 적절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일본 언론은 이를 거들었다. 초기 대응 실패로 수백명의 확진자를 냈다는 지적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크루즈선에서는 이날도 추가 감염자가 88명 발생해 선내 총 확진자는 542명으로 늘었다. 이밖에 도쿄도, 와카야마현 등에서 8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해 국내 감염자는 74명을 기록, 일본 전체 감염자는 616명으로 집계됐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자들에 대한 격리 조치가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스가 장관은 또 미국이 자국민 크루즈 승객을 전세기로 귀국시킨 것에 대해서도 “배에 남은 미국인도 많이 있다”며 “미국은 당초 (일본 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강조했다.

크루즈선이 지난 3일 요코하마항에 접안할 때 탑승객 절반이 일본인이고, 이 배의 운영 주체가 일본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이 배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일본 정부는 정박을 허용하되 승객의 하선을 허락하지 않는 ‘미즈기와(물가) 방역 대책’을 실시했다. ‘본토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이 뭍에 발을 딛기 전 해상에서 섬멸한다’는 미즈기와 작전에서 착안해 해상 원천 봉쇄책을 내놓은 것이다. 올여름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자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된다는 이미지가 번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미즈기와는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배의 특성상 감염이 빠르게 퍼지면서 크루즈선은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가 됐다. 현지에서는 선내에 들어가 승선자들을 검사하는 자국 의료진에 의한 2차 감염 우려도 제기된다. 이들이 선상과 육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일본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크루즈선 집단 감염의 책임을 회피하며 자화자찬하는 가운데 일본 언론 역시 정부를 편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람선 대응 기국주의(旗國主義)의 함정, 의무 없었던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기국주의란 여러 국가를 항해하는 선박의 경우 그 선박을 소유한 국가가 관할권을 가지고 단속한다는 의미다. 배는 일본 회사가 운영했지만 영국 국적의 선박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는 방역 조치를 강구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었다는 논리다. 승객 안전을 지킬 의무를 영국으로 돌린 것이다.

닛케이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정박을 수용한 건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며 승객 절반이 일본인이라는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며 “크루즈선의 정박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루즈선에서 감염자가 수백명 발생한 이후에 나온 발언은 뒤늦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크루즈선 승선자는 19일부터 하선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 전원의 검체 채취를 17일 마쳤다”며 “음성으로 나오면 19일부터 하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승객의 하선 완료 시점은 21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루즈선에는 현재 290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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