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이번 총선은 자책골 레이스

국민일보

[세상만사] 이번 총선은 자책골 레이스

김경택 정치부 차장

입력 2020-02-21 04:02

4·15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야 정당은 유권자 마음을 잡아당기지 못하고 있다. 그럴듯한 쇼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오히려 자책골 경쟁이라도 하듯 한쪽에서 실책을 하면 다른 쪽에서 상대편 실수를 덮는 더 큰 실책을 하는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촛불혁명’을 이번에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구호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원사이드 게임’이 예상됐다.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 전 자유한국당이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1호 인재로 영입하려 했을 때였다. 이미 한국당에선 “몇 년 전까지 여당을 오래한 탓인지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 터였다. 이에 앞선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한국당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력도 상당히 떨어진다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장애인 비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실언을 하면서 혼전의 서막을 열었음에도 ‘한심한 보수’에 등 돌린 민심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표의 실언 논란이 벌어지고 며칠 뒤엔 조계종 총무원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 명의의 육포 선물이 배달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지리멸렬한 야당이 대신 짜주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다.

나라가 잘되려면 야당이 바로서야 한다고 했던가. 민주당은 야당이 자포자기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듯 뜻밖의 실점포를 가동했다. 영입 인재였던 원종건씨의 ‘미투(성폭력 고발) 파문’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은 강성 지지자들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검찰과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자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문제에 민주당은 가타부타 반응하기 어려웠다. 급기야 검찰 개혁의 내부 비판자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는 ‘조국 수호=검찰 개혁’을 외쳤던 김남국 변호사가 뛰어들면서 내분 조짐마저 보였다.

전반전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확실히 민주당이 챙겨갔다.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칼럼의 필자와 신문사를 고발했다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비교적 발 빠르게 고발을 취소했다. 이때도 지도부의 즉각적인 사과는 없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뒤늦게 “송구스럽다”고 밝혔지만 오만한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했다. 다만 현재 스코어로는 자책골 레이스의 승패를 가리기 어렵다. 여권의 몇 차례 실책에 여야 대결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압도적인 자책골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은 궤멸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일단 뭉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 산물인 미래통합당은 핑크빛 미래를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공천 잡음이 불거지며 컨벤션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통합당은 진정성 있게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의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자책골 스코어가 총선 성적표에 얼마나 반영될지 예단할 수는 없다. 실제 민심은 언론의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도 많다. 게다가 한동안 잠잠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치 이슈는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새삼스럽게도 분명한 사실은 ‘찍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정치 혐오 때문에 아무나 금배지를 달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조금이라도 덜 잘못한 쪽을 찾으려는 유권자들은 막판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할 것 같다.

김경택 정치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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