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누르기’ 부동산 대책… 정치권 반발에 찔끔 규제

국민일보

‘풍선 누르기’ 부동산 대책… 정치권 반발에 찔끔 규제

영통구 등 5곳 조정대상지역 지정

입력 2020-02-20 18:37 수정 2020-02-20 23:02
수원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부가 경기도 수원·안양·의왕시의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부동산 대책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규제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 과열이 감지되자 ‘핀셋 대책’을 내놓았다. ‘풍선’ 누르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일부에선 과열을 보이는 지역이 즐비한데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한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서 전국 단위의 광범위한 규제를 반대하면서 정부가 ‘종합 대책’이라는 엄포만 놓다가 ‘찔끔 대책’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투기 수요가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으로 흘러 또 다른 풍선 효과를 만들면서 ‘두더지 잡기 게임’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문재인정부의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조정대상지역 확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다. 정부는 수원시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현재 60%인 조정대상지역 내 LTV를 다음 달 2일부터 50%로 낮춘다. 시가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LTV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해 30%를 적용해 규제 문턱을 대폭 높인다. 고가 주택을 노리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은 국지적 과열세가 뚜렷하다. 수원 영통구의 집값은 지난해 12월 넷째 주부터 이달 중순까지 평균 8.34% 올랐다. 수원 권선구(7.68%)와 장안구(3.44%), 안양 만안구(2.43%), 의왕시(1.93%)도 집값이 뛰었다. 국토부는 “이들 지역은 현재 비규제 지역으로 12·16 대책 이후 주택 가격 상승률이 수도권 누적 상승률(1.12%)을 1.5배 초과하고 있다. 광역교통망 구축 등 개발 호재로 추가 상승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용인 수지와 기흥, 수원 팔달 등 수도권 지역뿐 아니라 대전과 부산 일부 등 가격 상승세가 뚜렷한 곳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가격 상승세가 뚜렷한 일부 지역은 제외됐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더불어민주당과는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안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해 왔기 때문에 당을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규제가 규제를 부른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국지적 과열에 민감하게 반응해 ‘풍선 누르기’용 단기 대책을 남발한다는 비판이다. 또 다른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 새로운 대책을 다시 내놔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시장에선 경기도 구리·하남시와 인천 등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 제2의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국지적 과열이 왜 발생하는지, 시장 전체의 왜곡 현상은 없는지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는 게 우선이다.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근본적 처방전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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