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코로나19에 감염된 자동차산업

국민일보

[경제시평] 코로나19에 감염된 자동차산업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입력 2020-02-25 04:02

코로나19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구촌 어느 한 곳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나올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만 끝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관광객은 끊겼고, 사람들은 길가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가 문을 닫고, 상점은 개점휴업이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은 코로나 음압시설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우리 산업체계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원부자재와 부품의 공급망이 복잡한 자동차산업에 미칠 파장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동차산업은 3가지 원칙으로 구동된다. 첫째는 포드 생산방식이다. 헨리 포드는 1913년 포드 생산방식이라고 하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창안한다. 그는 이 방식을 통해 생산 효율화를 달성했고,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를 열었다.

둘째는 도요타자동차의 린(lean) 생산방식이다. 1950년대 사실상 파산상태에 처한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제1위의 자동차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고안해 낸 린 생산방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린 방식의 본질은 수많은 자동차 원부자재 및 부품의 재고를 ‘0’으로 관리하자는 이른바 JIT(Just-In-Time) 생산관리 방식에 있다. 셋째는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이다. 1990년대 말 글로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자동차산업의 글로벌리제이션은 원부자재 및 부품의 공급망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변 국가로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계기가 됐다.

이 세 가지 구동원리가 적절하게 조화된 기반에 대한민국의 자동차산업이 뿌리를 내리고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는 바로 그 구동원리의 가장 약한 고리를 때린 것이다. 글로벌리제이션의 바람을 타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몰려간 업체의 와이어링 하네스(배선뭉치)는 2만 가지가 넘는 자동차 부품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컨베이어 생산방식의 특성상 그것이 없으면 전체 생산공정이 멈춰설 수밖에 없다. 더구나 린 생산방식에 맞춰 JIT 방식으로 재고를 관리하다 보니 중국 현지에서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이 멈추는 순간 전체 자동차 생산라인도 따라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비단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산업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의료계의 그것이 온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자동차산업은 일자리와 운송수단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구동원칙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코로나19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치열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경쟁 체제 하에서 컨베이어와 린 방식은 포기할 수 없다 하더라도, 원부자재와 부품의 생산기지를 옮기는 글로벌 오프쇼어링(Offshoring·생산시설 국외 이전)만큼은 원점에서 진지하게 다시 따져봐야 할 때가 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광주형 일자리 등 상생형 일자리를 통해 인건비를 낮춰서라도 국내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경제사회적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낮은 인건비를 찾아 중국으로 떠난 수많은 공장이 한국으로 리쇼어링(Reshoring·생산시설 국내 이전)할 충분한 명분과 실리가 있다. 중국의 인건비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물류비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실익이 과거만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 경제, 특히 자동차산업에 던진 질문과 도전에 제대로 된 답으로 응전하기를 촉구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자동차 회사에게.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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