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신성일 그리고 태구민

국민일보

[한마당] 신성일 그리고 태구민

이흥우 논설위원

입력 2020-02-26 04:05

‘영원한 청춘스타’로 기억되는 신성일은 신상옥 감독이 지어준 예명이다. 그는 생전에 ‘신성일’이란 예명을 쓰게 된 사연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자신을 발탁한 신 감독이 “너는 뉴 스타”라서 붙여준 이름이란다. ‘뉴 스타’를 한자로 풀어쓰면 신성(新星)인데 우리나라에 신(新)이라는 성이 없으니 신(申) 감독 성을 따고, 뉴 스타 중에서도 최고라는 뜻에서 이름을 성일(星一)로 지었다고 한다.

그는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1981년 제11대 총선 서울 용산·마포 선거구에 출마했다. 당대 최고 스타의 출마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선거구에서는 “신성일이 어디 있어”라고 의아해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본명이 강신영인데 신성일을 찾으니 있을 턱이 없었다. 선거 벽보에 ‘예명 신성일’이라고 병기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15년 뒤 그는 강신성일로 개명해 다시 금배지에 도전했다. 유권자들이 신성일인줄 몰라 개명까지 했으나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그는 세 번째 도전 끝에 16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얼굴이 못생겨서 죄송한’ 이주일, ‘국민 탤런트’ 최불암도 의정생활을 했다. 하지만 국회 공식 기록 어디에서도 이 이름들을 찾을 수 없다. 정주일·최영한 의원은 있어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4·15 총선에 나설 모양이다. 한데 신성일의 경우와 달리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나간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등록상 이름을 “북한 주민을 구원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구민(救民)’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원래 이름과 생년월일을 되찾고자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으나 3개월이 걸려 어쩔 수 없이 태구민 행세를 해야 할 처지다. 현행 선거법상 후보 등록은 주민등록 이름으로 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태 전 공사가 어느 선거구에 출마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선거구가 결정되면 “태영호가 어디 있어”라고 반문하는 유권자가 틀림없이 있을 게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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