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쇄’ 논란 자초한 여당… 해프닝 전말

국민일보

‘대구 봉쇄’ 논란 자초한 여당… 해프닝 전말

지역 차별 항의에 “방역 개념” 해명… 文 대통령도 두 차례나 “오해” 진화

입력 2020-02-26 04:05
대구 보수단체 회원들이 25일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호텔 앞에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자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 논의를 위해 25일 오전 마련했던 고위당정협의회가 오히려 혼선과 논란을 증폭시켰다. 여당 대변인의 ‘대구·경북 봉쇄 조치’ 브리핑이 지역차별 논란 등으로 확산된 것이다. 고위당정협의회 직후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를 언급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역 봉쇄가 아니라 방역 강화”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비난 여론에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나 오해라고 했고, 미래통합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오전 9시쯤 기자들과 만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는 현 단계에서 봉쇄 정책을 극대화해 전파를 최대한 차단하기로 했다.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봉쇄 조치는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데 이동 등의 부분에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국무회의에서 자세한 내용이 의결되면 정부가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수석대변인의 발언은 중국 정부가 우한을 봉쇄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대구·경북 지역을 봉쇄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비쳐 논란이 일었다. 당정청이 내놓은 봉쇄 정책이 코로나19의 방역 차원이 아니라 사람·물자 등의 물리적인 이동까지 정부가 막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봉쇄 정책 시행은 방역망을 촘촘히 해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뜻이지 지역 출입을 봉쇄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2시간 뒤 “대구 봉쇄를 우한 봉쇄 연상하듯 (언론보도가) 나가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방역 전문용어로 봉쇄와 완화를 쓴다. 코로나 조기 차단을 위해 조기에 봉쇄하고 완화한다는 의미”라며 뒤늦게 해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봉쇄는 방역 용어의 하나로, 강력한 방역 정책을 의미하는 것뿐”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당발 ‘봉쇄’ 발언에 대해 직접 두 차례나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고위당정협의회 브리핑에서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는 표현이 있었으나 지역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 방문 직전에도 “이는 지역 봉쇄가 아니라 코로나19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임을 분명히 밝히라”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지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여당 대변인의 발언을 직접 바로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봉쇄’ 단어 하나가 자칫 대구 민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두 차례나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봉쇄’ 발언이 전해지자 “정치권에서 섣불리 이 문제를 이용해선 안 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권 시장은 오전 브리핑에서 “봉쇄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의미가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의학적 의미로서의 봉쇄라면 별다른 언급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을 경우엔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우한 같은 폐쇄를 한다는 것인지, 지금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에게 요청한 이동제한과 자가격리 등을 조금 강하게 이야기한 것인지 충분히 파악해 말하겠다”며 “그렇게(봉쇄)까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당 수석대변인의 부주의한 브리핑이 불필요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성명서에서 “정부가 ‘대구 코로나’란 표현으로 대구 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 ‘대구 봉쇄’라는 말까지 쓰는 것”이라며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용어 사용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 영천·청도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마치 대구·경북이 발병지라도 되는 것처럼 봉쇄하겠다는 것은 국민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우습게 보고 모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당 소속인 대구 수성구갑의 김부겸 의원도 “급하게 해명하기는 했지만, 왜 이런 배려 없는 언행이 계속되는지 비통한 심정”이라며 “발언의 취지야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는 뜻이겠지만 그것을 접하는 대구·경북 시민들의 마음에는 또 하나의 비수가 꽂혔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재현 임성수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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