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사] 대구 간 의사들 “생각보다 감염 속도 빨라” “체력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국민일보

[이슈&탐사] 대구 간 의사들 “생각보다 감염 속도 빨라” “체력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대구行 자원 김명재·이찬종 공보의

입력 2020-02-25 18:54 수정 2020-02-26 10:15
공중보건의사 김명재씨(왼쪽), 공중보건의사 이찬종씨

“일을 하면 할수록 불안한 상황입니다. 저희 생각보다 감염 확산 속도가 빨라서 불안함을 떨칠 수 없어요.”(공중보건의사 김명재씨·27)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고, 감염될 수 있다는 위험에 정신적으로도 힘듭니다.”(공중보건의사 이찬종씨·30)

김씨와 이씨는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대구로 달려갔다. 목포교도소에서 일하던 김씨는 차출 공지를 보고 자원했고, 충남 천안에서 일하던 이씨는 파견 지시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현재 대구시청 역학조사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루하루 상황이 좋게 바뀌면 좋을 텐데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왜 자원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황을 직접 봐야 지인들도 지킬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누구든 가서 빨리 확산을 막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를 걱정하던 부모님도 “사회에 좋은 일을 한다는데 어쩌겠느냐”며 보내주셨다고 한다.

현장 상황은 암울했다. 김씨는 “상황이 워낙 악화돼 현장에서 자괴감을 느끼는 의료진까지 있다. ‘내가 제대로 못 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는 이제 대구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적 문제다. 당장 책임소재를 가리며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전 국민이 서로 조심하면서 다 같이 코로나19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그 접촉자와 유증상자를 찾아내는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확진자들이 보건 당국 역학조사에서 사실관계를 숨기려 한다고 염려했다. 그는 “역학조사에서 동선과 상황을 숨기려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신천지 신도 입장에서는 워낙 여론이 안 좋아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자신의 동선을 속이는 게 느껴질 때도 있다. ‘길거리를 돌아다녔다’고 말하는 게 이상해서 ‘혹시 포교하신 거 아니냐’고 물어보면 그제야 ‘맞다’고 한다. 포교 활동은 대화로 진행돼 감염 가능성이 큰데, 포교 당한 사람의 이름이나 연락처는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한 사람 조사에 그렇게 오래 매달릴 수 없다.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에 진실되게 임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역학조사는 전날부터 증상이 나타난 시점, 그 이후 행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병원이나 의료기관 방문 이력, 신천지 집회 참석 등은 필수 체크 항목이다. 김씨는 “이전에는 확진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2주 전부터의 동선을 확인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방식이 간략하게 바뀌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업무량이 많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3시간 근무한다고 했다.

대구 남구 보건소에 파견된 이씨는 흰색 방호복을 입고 골목길을 누빈다. 유증상자 검체 채취 업무를 맡았는데, 남구에는 신천지 시설이 위치해 업무 강도가 더 세다.

이씨는 “자가 격리 중인 유증상자가 많은 동네라 직접 방호복을 입고 방문을 두드려서 검사를 하고 있는데, 주택가라 주소 찾기도 어렵다”며 “한 집을 방문할 때마다 새 방호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방호복 입는 데만 10분 넘게 걸린다. 오후 내내 열심히 쉬지 않고 돌아야 겨우 열다섯 집을 방문할 수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업무강도가 상당하니까 체력적으로 많이 버겁다”면서도 “대구의 코로나 확산이 조속히 진정됐으면 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보의 모두 그런 마음”이라고 했다.

지원 필요성도 호소했다. 김씨는 “일하는 데는 아직 지장이 없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계속 사용하기에는 마스크가 부족하다. 만약 의료진이 감염된다면 어느 누구한테 옮길지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마스크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국민적 협조를 당부했다. 김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조심해야 한다.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는 생각을 버리고 혹시라도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바로 보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책임은 나중에 따지더라도 지금 당장은 서로 믿어주면서 사태 종식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임주언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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