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러스와 신안보 협력

국민일보

[기고] 바이러스와 신안보 협력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0-02-27 04:02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장기 집권하고 있는 ‘스트롱맨 리더십’의 지도자들이다. 시 주석은 헌법의 3연임 금지조항을 폐기하고 ‘시진핑 사상’을 명시하는 등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위상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재집권 이후 9년째 최장수 재임을 기록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며 경제의 불씨를 일으키고, 개헌 추진을 공식화할 태세이다. 김 위원장은 9년째 북한을 통치하면서 당·정·군 장악으로 확고한 통치기반을 구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위상 강화에도 성공했다.

이러한 절대권력의 세 지도자가 최근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들의 국정운영 구상에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리더십 위기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시 주석은 초기 방역 실패와 은폐 의혹으로 권위에 큰 손상을 입었다. 지식인 탄압으로 민심이 떠나고 양회 연기까지 결정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아베 총리도 안이한 초기 대응으로 위기관리 능력에 큰 상처를 입었고, 도쿄올림픽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김 위원장도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고자 했던 전략이 난관에 봉착했다.

이처럼 세 지도자의 공고한 권력기반을 위협하고 있는 게 물리력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먼저 ‘신안보’ 문제의 중요성이다. 감염병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위협들은 이제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 문제가 됐다. 기후변화와 초연결 사회현상이 심화될수록 위협의 강도와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신안보 이슈는 초국경적 특성으로 개별 국가의 힘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군사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대립과 갈등’의 전통 안보와 달리 신안보는 공동위협에 함께 대응하는 ‘협력과 상생’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남·북·중·일 4자가 신안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동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가야 한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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