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

국민일보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달라”… 포항의료원 간호사 16명 무단결근

입력 2020-03-02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담 병원인 경북 도립 포항의료원에서 간호사 16명이 집단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 결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병원측은 “이들이 ‘코로나19 병동에 가기 싫다’고 했다”는 반면, 이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정상적인 생활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1일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가 몰리자 간호사 16명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달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병원 측의 설득에도 사직서를 제출한 뒤 수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출근하지 않고 있다.

포항의료원에는 코로나19 확진 입원 환자가 110여명에 이르지만, 간호사가 없어 8개 병상의 음압병동을 제외한 4개 병동 중 1곳을 못 열고 있다. 일반 입원 환자는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난주 간호사들이 찾아와 ‘코로나19 병동에 가지 않겠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주지 않으면 사직하겠다’고 한 뒤 결근하고 있다”며 “이들 때문에 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관계자들이 나서서 간호사로서의 소명까지 거론하며 붙잡았지만 소용없었다”며 “단지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지 않겠다는 건데 그들 요구를 들어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병원은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0~50병상의 병동 한 곳을 운영하려면 간호사 20여명 필요하다. 이에 경북도와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비난이 일고 있다. 간호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상식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병원에 격리된 채 한 달 가까이 집에도 못 가고 환자를 돌본 노력은 온데간데 없다”고 반발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간호사의 지인이라고 밝힌 이는 “지금 포항의료원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한다”며 “정상생활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간호사들에게 직업윤리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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