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사] “감염 걱정되지만 우얍니꺼”… 대구 지키는 슈퍼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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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 “감염 걱정되지만 우얍니꺼”… 대구 지키는 슈퍼맨들

의료폐기물 수거·소각장 직원 등 묵묵히 역할하며 도시기능 유지

입력 2020-03-04 04:05
지난달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의 한 병원에서 관계자들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진료에 사용했던 방호복과 마스크 등이 담긴 의료용 폐기물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포가 집어삼킨 대구 도심을 매일 누비는 사람들이 있다. 감염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며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이들이다.

“국가적 사태인데 우얍니꺼. 다들 힘이 마이 들지만 이겨내야지예.” 대구·경북 지역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 소속 A씨는 방호복을 2개 겹쳐 입고 출근한다. 그가 찾는 곳은 매일 확진자가 발생하는 대구 지역 보건소와 지정병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반 의원들의 의료폐기물도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 관련 폐기물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A씨가 병원폐기물 창고 앞으로 가면 기관 직원들은 밀봉된 폐기물을 보관창고에서 꺼낸다. 1t 분량 트럭은 순식간에 가득 찬다. 확진자가 많은 병원은 3.5t 트럭을 끌고 간다고 한다. 감염 우려 때문에 선별진료소나 지정병원 폐기물은 즉시 처리해야 한다. 한 의료기관 폐기물을 싣고 나면 곧바로 차로 40분 거리 경산 소각장으로 가야 해 일이 배로 늘었다.

A씨 트럭이 들어서면 소각장도 비상이다. 일반 의료폐기물 작업은 중단된다. 소각장 직원이 A씨가 탄 트럭에 소독약을 뿌려대고, 모두 긴장된 상태로 하적 작업을 진행한다.

감염 걱정은 안 되느냐는 질문에 A씨는 덤덤했다. 그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확진자가 늘면서 폐기물을 만지는 작업을 하다 보니 하루 종일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됐다”며 “코로나19 관련 폐기물이 갑자기 몰려 힘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계속 작업을 해야 안심하는 시민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 수성구 일대 생활폐기물을 수거하는 박대호씨는 매일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하루 8시간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일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일은 쉬지 않았다. 박씨는 “어쨌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담담하게 하고 있다”며 “걱정은 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 모두 내색 않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매일 작업하는 쓰레기 양을 보며 착잡한 심경도 토로했다. 그는 “신천지 확진자가 나온 이후부터 상가건물이나 음식점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크게 줄었다. 반면 배달 용기처럼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이 크게 증가했다”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렵고, 불안한 마음에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고 했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아예 바깥출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구 노인복지센터 직원들은 약을 대신 처방받아 전달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지병 등 때문에 꼭 받아야 하는 약은 저희가 대신 받아 문 앞에 놓고, 초인종을 누르거나 전화하는 방식으로 갖다드리고 있다”며 “다음 주에도 어르신들 집 앞에 손소독제 등 긴급구호물품을 갖다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방역소독업체를 운영 중인 박병규씨가 시설 소독 봉사를 하고 있다. 박병규씨 제공

방역소독 업체를 운영하는 박병규씨는 무료 소독 자원봉사에 나섰다. 동네를 돌면서 어르신들이 머무는 집이나 어린이집 등을 찾아 작업한다. 손님이 끊긴 소상공인들도 돕고 있다. 무료 작업 후 ‘○○일 매장 내 전체 소독 완료, 안심하고 들어오세요’라는 글을 직접 써서 매장에 붙여준다. 박씨는 “소독해 드리고 안내문을 붙이면 조금이라도 손님이 오지 않을까 해서 도와드리고 있다”며 “사태가 심각하니 시간 나는 대로 다니면서 발길 닿는 대로 소독해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임주언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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