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확진 임신부 하혈에도 생활치료센터 잔류 요구

국민일보

[단독] 확진 임신부 하혈에도 생활치료센터 잔류 요구

하혈 증세 있어 입원 요청했지만 보건당국 “병상 없다”만 되풀이

입력 2020-03-09 04:04
코로나19 확진자이면서 임신부인 A씨가 생활치료센터에서 요구받은 자필로 쓴 센터 잔류에 대한 동의서. 동의서를 작성한 후 A씨는 센터에 전원요청을 신청했다. 제보자 제공

대구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임신부임을 인지하고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킨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해당 생활치료센터는 산부인과 의료 처치를 받을 수 없다는 사전 설명도 없이 임신부에게 ‘센터 잔류 동의서’를 자필로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보건 당국과 대구시의 임신부 환자 관리에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임신 10주차를 앞둔 30대 A씨는 지난달 27일 대구 달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 24일부터 열이 38도까지 올랐었다. 일주일간 자가격리 끝에 병원이 아닌 경주의 한 생활치료센터(농협경주교육원)에 지난 3일 입소했다.

A씨는 센터 입소 전 보건소와 구청 측에 자신이 임신부이고 하혈 증세가 있어 병원 입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건소 측은 병상이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전화로 상담했던 계명대동산병원 측에선 “하혈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심각한 것은 대구시가 A씨를 생활치료센터로 입소시켰다는 점이다.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지침에 따르면 모든 임신부 코로나19 확진자는 경증이더라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입원 격리해야 한다. A씨는 “센터에 가면 산부인과 의료진이 있을 줄 알고 입소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일 센터로부터 황당한 요구도 받았다. 센터 측은 A씨에게 ‘센터 잔류 동의서’를 자필로 작성해 달라고 했다. A씨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판단해 센터에 남겠다는 의사를 센터에 전달했었다. 임신부 확진자는 모두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지침을 모르고 내린 판단이었다.

A씨가 센터 측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은 내용은 ‘센터에 산부인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긴급한 처치를 받지 못하는 걸 알고 입소했고, 계속 남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장을 바꿔 병원에 입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센터는 그제서야 입원 조치 준비에 들어갔다. A씨는 “당시 부산의 한 임신부 확진자가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시에서 급하게 동의서를 받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분노했다.

센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A씨가 임신부라는 것을 입소 후에 알게 됐다”며 “병원에서 수술 전에 환자 동의를 받듯이 동의서를 받으려고 했던 것이지 강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A씨가 임신부인지 몰랐고, 임신부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지도 몰랐다”며 “빠르게 입원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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